[사진=대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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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살다 이런 비상근무는 처음인 것 같네요." 2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하고 있다는 대전시 한 5급 공무원이 혀를 내둘렀다. 감염병 대응 업무에 걸핏하면 차출되는 통에 몸은 몸대로 지치고 신경은 곤두서 있었다. 코로나19가 지역사회 전파와 함께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대전시 공직사회에 피로감이 엄습하고 있다. 감염병 확산 초기부터 연일 이어지고 있는 상황근무에 미국과 유럽 등 해외 확산 여파로 코로나19 대응 업무 범위는 확대일로다.

지난 28일 시는 해외입국자가 대전역이나 서대전역으로 도착하면 임시격리시설로 수송해 검체를 채취하는 특별관리방안을 마련했다. 유럽발 입국자 중 무증상자는 입국 후 사흘내 관할 보건소에서 검사받고 2주간 자가격리, 미국발 입국자는 2주간 자가격리하고 증상이 있을 경우에만 검사를 받도록 한 방역지침보다 한층 더 대응수위를 강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전역과 임시격리시설인 청소년수련원(중구 침산동), 만인산푸른학습원(동구 하소동)에 하루 28명의 인력이 투입된다. 이들은 주야간 2교대 등으로 방 배정부터 격리자 식사 제공, 시설 이탈 여부 모니터링, 소독 등 각종 수발을 들어야 한다.

집단감염 우려가 여전한 교회 등 종교시설 점검도 시 공무원 몫이다. 주말인 21일 시 79개 부서 733명의 공무원들은 현장 예배 중인 종교시설에 1곳씩 전담 배치돼 마스크 착용, 발열 증상 체크, 유증상자 등 고위험군 출입금지, 손소독제 사용 등 감염예방 수칙을 당부했다. 휴일인 29일에도 같은 방식으로 시 공무원들이 동원돼 현장 예배를 하겠다고 밝힌 교회 468곳을 중심으로 1156곳에 대한 점검이 이뤄졌다. 업소 특성상 코로나19 전파 우려가 큰 PC방 971곳, 노래방 1438곳, 비디오방 29곳을 대상으로 하는 지도점검과 함께 개학을 앞둔 현재 시내 학원 2400곳에서도 휴원 권고와 감염병 예방을 당부하는 공무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시 공무원들은 시청사 로비에 설치된 열화상카메라 감시, 2층 민원인접견실에 매일 50명씩 차출되고 있다. 이달 14일 시작됐다가 28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방침으로 잠정 해제된 봄철 산불감시 주말근무에는 하루 250명이 식장산 등 80곳에 나갔다. 앞으로 4·15 총선 투개표 사무원으로 700명 가까운 공무원 인력이 또 차출될 예정이다. 시 공무원들은 격무로 인한 피로감과 업무 과중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시 공무원노조 게시판에서는 "코로나19로 바쁜 가운데 학원 점검까지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이냐"는 글이 올라오자 "애들 때문에 조심하느라고 매일 출퇴근 외엔 꼼짝도 안하는데 산불근무, 교회점검, 학원점검에 격리시설 근무까지…힘들기도 하고 이러다 내가 먼저 코로나 걸리는거 아닌지 걱정"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또 "누구는 주말에 비상근무하고 누구는 주말에 헬스장 이용한다. 모두들 힘든 시기에 자중하자"는 문제 제기성 글에는 "출근시간 전이나 점심시간 이용해서 혹은 퇴근시간 후에는 괜찮지 않겠느냐" "운동하는 게 자중하고 반성할 일은 아닌 거 같다"는 의견부터 "의자에 앉아 허리 필 시간도 없고 발열 체크, 사무실 업무등 이중으로 하는데 이런 시국에 꼭 운동을 해야 하겠느냐"는 등 23개의 댓글이 달리며 날선 공방이 이어지기도 했다.

시의 한 간부급 공무원은 "감염병 사태 여파로 각종 현장점검과 지원업무, 대책회의가 빈번하게 진행되면서 하위·고위직을 막론하고 직원들이 다 지쳐있는 상태"라며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만큼 시 공직자들이 서로 조금씩 배려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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