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경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김대경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이번 주는 운이 좋았다. 줄을 서지 않고도 공적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었다. 약국 직원은 신분증을 받더니 빠른 손놀림으로 컴퓨터에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 중복 구입 여부를 확인한 후, 결제를 마치고 두 장의 마스크를 건네주었다.

그 때 옆에서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마스크 재고 문의 전화였는가 보다. "아직은 재고가 있는데요,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아서 뭐라 확실하게 말씀은 못 드리겠네요", 친절하고 깔끔한 응대였다. 아마 요즘 약국에서 제일 많이 받는 문의 전화일 것이다. 사려는 입장에서는 헛걸음을 방지하지 위한 문의이지만, 약국 입장에서는 현 상태에서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추가로 줄을 설 지 모르기 때문에 구입을 보장한다고 답변하기는 어렵다.

사실 대기 줄이 길어진다면, 현재 줄 서있는 사람조차도 구입을 보장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럴 경우 약국에서 한 번쯤 나와서 교통정리를 해 주면 정말 고마울 것이다. 남은 마스크 재고량과 기다리는 사람들을 헤아려 보고, "오늘은 여기까지만 구입이 가능합니다. 죄송합니다만 그 뒤에 계신 분들은 다른 약국으로 가세요"라고. 일이 쉼 없이 돌아가는 약국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중간에 잠깐만 시간을 내어 찬바람 맞아가며 기다리는 분들에 대한 배려를 부탁드리고 싶다. 적당한 타이밍에 한 번이면 족하다. 그 다음부터는 줄 끝의 마지막 분이 자신의 행운에 감사하며 뒤에 오시는 분들께 알아서 안내해 드릴 것이다.

어쨌든 지난달 만 해도 줄을 서도 사기 어려웠던 보건 마스크 수급이 이 정도라도 가능하게 된 것에 대해 정책 관계자 분들 및 일선 약국에서 수고하시는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다만, 공적 마스크 물류 부분은 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정부 지정 물류 업체인 지오영과 백제약품은 약품 관련 기존 유통망을 가지고 있어 선정되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간다. 그런데 만약 그렇다면, 일상적으로 하던 약품 배송 업무에 마스크 한 상자 정도가 얹어지는 것이므로 추가되는 인건비나 물류비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현재 정부 책정 물류비용은 마스크 개당 100-200원이다. 약국 당 마스크 250매 들이 한 상자가 매일 배송되므로 상자 당 2만 5000원-5만 원인 셈이다. 하루 500만 장이 공급된다고 하면 매일 최소 5억 원, 한 달이면 150억 원 이상의 세금이 물류비용으로 사용된다.

또한 물류비용을 마스크 개당으로 계산한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 일상 택배의 경우 배송 건수 기준으로 비용이 책정된다. 즉, 마스크 개당이 아니라 한 상자 당 비용으로 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여기에 소분 및 포장비용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상자 당 비용은 납득하기 어렵다.

매일 배송하는 물류 시스템도 비용-효율적이지 않다. 매일 일정량씩 지속적으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한다면 당연히 묶음으로 배송 받는 것이 유리하다. 가능한 수준에서 며칠 분을 한 번에 발송 받아 물류비용을 줄이는 것이 상식이다. 만약, 개인이나 사기업이 자체 예산으로 물류비용을 치른다면 당장 시스템을 개선하려 할 것이다.

개선의 예를 들자면, 우선 상식에 맞게 마스크 당 비용을 상자 당 비용으로 바꾼다. 전국을 수급 우선순위에 따라 6개 권역으로 나눈 후 순차적으로 1주 분량을 한 상자로 묶어 각 약국으로 배송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이라면 물류비용을 당장 6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재고가 미리 주어지더라도 전국적인 전산망에 등록 관리되므로 중복될 우려는 없다. 각 약국에서 실제 판매는 요일에 맞추어 일정량씩 현행대로 하면 된다. 물론 배송이 늦어진 지역에서 최대 6일 정도 구입이 지연될 수 있다. 일과성으로 단 한 차례의 지연이고 이후 지연은 없다. 주당 배송으로 재고가 있는 상황에서는 주변 여건에 맞추어 마스크 판매 시간을 매일 일정하게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도 위 방식이라면 무려 월 125억 원의 소중한 예산이 생긴다. 이것을 보다 시급하고 필요한 부분, 예를 들어 감염 취약 계층인 75세 이상의 후기 고령자층 대상의 감염 예방 활동이나 시설 투자 등에 사용한다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김대경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