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장·차관 등 제 자리 못 찾고 '따로 국밥'

장중식 세종취재본부장
장중식 세종취재본부장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코로나19 대책 논의를 위한 첫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했다.

비상경제회의가 열리는 건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상황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

정부는 현재까지 추경을 포함, 32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 지원을 실시하고 기준금리를 인하 등을 실시했다. 2차 추경까지 거론된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 건전성 문제도 제기되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

기업과 가계 모두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이라고 한다.

재난 기본소득 등 현금성 지원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었지만, 아직까지 정부는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가계의 불안감도 깊어지고 있다. 국제 공통화폐로 가치를 인정받았던 금값도 연일 하락세를 탈 정도로 흔들리고 있다.

한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코로나19 사태가 두 달째를 맞고 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신종바이러스에 백신과 치료제 하나 없는 현실은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보여 준 모습은 국민들에게 얼마 만큼의 점수를 얻었을지 의문이다.

국내에서 최초 확진자가 발생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는 `중국발` 또는 `이웃나라 얘기`로만 치부했다. 중국에서 넘어오는 관광객은 물론, 최초 발원지로 알려진 우한을 비롯, 중국에 사는 한인교포들조차 거들떠 보지 않을 정도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신천지 도시`라는 오명을 쓴 대구에서 확진자가 대거 발생할 때까지도 감염병 위기경보를 `경계`로 유지하는 등 안일한 모습이었다.

10여 명에 불과한 1339 콜센터 직원들이 하루 2500명이 넘는 전화를 받는 것도 몰랐다. 전화는 먹통이었고, 지자체 산하 보건소는 당직 전화기마저 본청 당직자로 전환되어 있을 정도로 황당한 모습이었다.

대통령이 위기경보 수준을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국무총리가 본부장을 맡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렸지만,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대책본부장 산하 제1차장에 보건복지부장관, 제2차장에 행정안전부장관이 당연직을 맡았지만, 얼굴을 보기 힘들었다. 이따금씩 들려온 소식들은 방역 현장이나 마스크 공장과 유통 현장을 찾아 관계자들을 위로 격려했다는 뉴스가 대부분이었다.

장 차관의 모습 대신 차관급인 1총괄기획관(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과 중앙방역대책본부장(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하루 2회 이상 실시간 브리핑을 하는 이들조차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코로나 19 컨트롤타워의 수장을 맡은 정세균 국무총리는 보름 여 동안 대구 현지에 머물렀다.

일각에서는 가장 급한 곳을 찾아 현장을 지휘하는 역할이 옳다고 했다. 하지만, 안방이 뚫린 정부세종청사에서 전 국민의 안위를 살펴가며 정부 각 부처를 지휘해야 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태풍과는 다른 감염병 재난이라는 점에서 보건복지부의 역할이 행정안전부 역할보다 중요하고 많다는 사실에는 이의가 없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소통과 공유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는 살펴야 했다. 확진자 통계조차 어긋난 질병관리본부와 지자체, 보름이 넘도록 뚜렷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마스크 수급문제 등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답답함을 넘어 정부에 대한 불신감만 키웠다.

이 사태가 언제쯤 진정될 지 예단할 수 없지만, 사태 종료 후 우리 국민들에게 무엇이 필요한 지를 살피는 지혜가 아쉽다. 기업과 가계가 닥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부처 단위별 각개전투가 아닌 종합세트형 대책이 필요하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불안과 불신, 그것을 해소시키는 일이야 말로 현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평가할 가늠자다.

장중식 세종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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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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