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생 사교육비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어오르고 있다. 정부가 어제 발표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생 사교육비 총액은 20조9970억원에 달했다. 전년 19조4852억원보다 7.8% 증가한 것으로 2009년 21조6000억원 이후 최대치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2만1000원으로 전년 29만1000원보다 10.4% 폭증했다. 30만원을 넘기는 처음이라고 한다. 사교육을 받은 학생의 비율을 의미하는 `사교육 참여율`도 74.8%로 전년보다 1.9%포인트나 늘었다. 오랜 경기 침체와 코로나19 등으로 빈사지경인 서민 가계에 주름살을 더하게 하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사교육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역대 정권 마다 공교육 강화와 학생들의 삶의 질 향상, 학부모 부담 축소 등을 약속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저녁 10시 이후로 학원 문을 열지 못하도록 한다든지, 교육방송을 수능과 연계 출제해 사교육 수요를 줄인다는 대책들이 제시됐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정책적 목표와 현실의 간극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누가 뭐래도 내 아이 만큼은 좋은 대학에 보내겠다는 학부모를 탓하기에 앞서 학벌위주 사회의 벽은 너무 공고했고, 공교육에 대한 불신도 깊게 자리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이 시점에도 다른 아이들에게 뒤질세라 학원으로 아이를 내모는 것이 우리 학부모들의 실상이 아닌가.

사교육비 폭증과 사교육 참여율 증가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입 정시 확대 기조 등의 영향에 따른 것이란 지적도 나오는 모양이다. 인과관계를 떠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과 입시정책이 오락가락했기에 전혀 도외시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사교육 문제를 해결할 왕도를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통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교육당국이 보다 열린 자세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누구나 납득할 대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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