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
고영주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코로나19 신종 감염병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전례 없는 생명 안전 위협과 민생경제의 붕괴라는 불안에 직면해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최전선에서 힘쓰고 있는 의사, 간호사와 관련 전문 인력, 질병관리본부의 사투, 이를 격려하고 지원하는 다양한 노력들은 반드시 이겨내리라는 믿음을 갖게 한다.

코로나19의 전파 속도는 전례 없이 빠르다. 세계화에 따른 개방형 인구 이동과 경제구조는 국경 폐쇄를 통한 전염 차단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함을 보여주고 어느 한 나라가 종식되었음을 선언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신종 바이러스의 공격 앞에 인류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바이러스는 핵산과 단백질 껍질로 이루어진 단순한 미생물체이고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에 위치하는 반생물적 존재이며 인류 문명에 결정적 영향을 미쳐왔다. 로마제국은 천연두 바이러스로 몰락했다. 1918년 스페인 독감 5000만 명 사망, 1957년 아시아 독감 200만 명 사망, 1968년 홍콩 독감은 10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될 정도로 독감 바이러스는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1980년대 초 에이즈 바이러스는 35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소아마비와 홍역 등의 바이러스는 아직 살아있다. 인류는 천연두 바이러스를 퇴치한 것 외에는 여전히 바이러스의 위협에 놓여있다.

21세기 들어서는 예상치 못한 변종을 일으키며 더욱 강력하게 인류를 습격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스와 유전체가 80% 유사하지만 치사율은 내리고 전파력은 강력하게 만들어 인류와 공생하는 길을 택한 변종 바이러스이다. 이 자체도 전파하면서 계속 변종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만큼 인류의 대응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거나 약화시키더라도 신종 바이러스의 공격은 계속될 것이다.

인류의 건강과 문명에 강력하게 때로는 파괴적으로 영향을 미쳐온 바이러스. 인류는 빠르게 변화하는 신종 바이러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인간 스스로의 면역력과 바이러스와의 투쟁력을 높여야 한다. 워낙 빠르게 변종에 변종을 거듭하기 때문에 위생을 깨끗이 하고 건강관리를 통해 면역력을 높여 바이러스의 공격에 스스로 항체를 만들어내는 힘을 길러야한다.

둘째, 국가 보건의료 체계를 치료 중심에서 예방과 확산 차단 중심으로 혁신해야 한다. 물론 이미 확산되고 있는 바이러스를 약화시키려면 빠른 진단, 격리와 소독, 방역 등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향후 재발 혹은 다른 신종 바이러스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은 체계적이고 강력한 예방 중심의 보건의료 체계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은 국민 건강 지원 프로그램 확충과 함께 바이러스 자체가 들어오기 어려운 위생과 예방 의료체계를 구축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셋째, WHO를 넘어 신종 바이러스 질병에 대응하는 세계적 협력 체계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어느 한 나라가 발병했을 때 국경과 입국을 폐쇄하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대응이 어렵다. 바이러스 공격에 대비한 세계적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보건의료체계나 국민 개인의 건강상태가 양호하지 못한 나라에 대한 전 세계적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선진국의 ODA사업이나 유엔의 사업에 이 부분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넷째, 바이러스는 환경, 대기오염, 전쟁 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기후변화,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 세계 평화 등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계속 치러야 하는 인류의 동시 해결 과제이다. 도시화, 산업발전, 경제학, 인류 문명의 모든 것을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거나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하는 세계적 대장정에 돌입해야 할 시점이다. 그렇지 못할 때 인류의 미래는 그 진화의 기원도 모르고 반생물에 불과한 바이러스로 인해 앞날이 가로막힐지도 모른다.

고영주 한국화학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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