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지음/ 밀리의 서재 / 173쪽/ 1만 4000원

소설가 김영하가 신작 `작별인사`를 출간했다.

`살인자의 기억법`이후 7년만의 장편소설로, 장르는 공상과학소설(SF)이다. 도전을 즐기는 김영하의 파격 변신이다.

이야기는 통일된 한반도의 평양에 살던 열일곱살 소년 철이가 어느날 갑자기 낯선 곳으로 끌려가면서 시작된다. 낯선 수용소에서 자신이 사실은 `인간형 휴머노이드(인간과 유사한 모습을 갖춘 로봇)`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참된 모습을 알아가고, 그것을 바탕으로 타자와 연대하는 과정을 그렸다.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하던 무렵 나는 이런 메모를 적고 있었다. 인간의 정체성이라는 것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간단하지가 않다. 얼마나 위태로운 믿음 속에서 우리는 가까스로 살아가는 걸까."(작가의 말 중)

SF 장르라고 해서 그저 미래를 엿보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주인공은 내내 "저는 인간이라고요. 그걸 왜 국가가 정해요? 내가 인간인데, 내가 그걸 아는데?", "물은 수소와 산소 분자가 결합한 물질에 불과하잖아? 그런데 왜 우리는 이런 것을 아름답게 느끼도록 만들어진 걸까?"와 같은 질문을 이어간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돌봄과 연대는 어떻게 가능한가, 다가올 미래는 인류의 운명에 과연 적대적일까. SF 장르를 차용하고 있지만, 선을 딱 자를 수 없는 가치들에 대한 철학적 고민에 맞닥뜨리게 된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철학적 질문들을 김영하 특유의 흡입력 있는 탄탄한 구성, 장대한 스케일, 감동적 결말로 풀어냈다.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작가의 성향처럼 유통방식도 독특하다.

전자책 플랫폼을 통해 선공개 하고, 서비스 구독자들에게만 별도의 종이책을 제공한다. 3개월 뒤 일반 서점에 유통하는 방식으로 책을 냈다. 좋은 이야기는 어떤 형태로 나오든 간에 똑같이 사랑 받을 것이라는 작가의 자신감이 담겼다.

그는 "고시원, 원룸, 옥탑방을 전전하는 젊은 독자들이 책의 물성을 부담스러워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출판계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책의 형태가 아니라 `책을 외면하는 독자`"라고 강조한다. 종이책의 한계와 미래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엿보이는 지점이다.

김영하가 추구하는 새로움이 신세대 독자들에게 장점으로 작용할지 기대를 모은다. 조수연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조수연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