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되고 있는 대구시를 방문했다. 최전선에서 코로나19 확산 저지에 여념이 없는 방역·의료진을 격려하고 시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코로나19 진원지인 후베이성 우한(武漢) 대신 베이징시 주민위원회를 방문했다가 초기 대응 실패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난에 휩싸인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국가적 재난 앞에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이야말로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책무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대구시민들도 위안이 됐을 법하다.

문 대통령은 대구에서 세 시간 가량 머물며 권영진 대구시장 등 각급 기관장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행안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지역 특별대책회의를 열어 코로나19 극복의지를 다졌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의 대구 안팎 확산을 막기 위해 범국가적 총력지원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특단의 지원 방안 등을 약속했다. 이어 전담 의료기관인 대구의료원과 신천지 대구교회가 소재한 남구청에 들러 현황 보고를 받고 취약계층 복지전달체계 등을 점검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귀경길에는 KTX 동대구역 회의실에서 시장·소상공인간담회를 갖고 애로사항을 청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대구를 방문했다는 사실만으로 사태가 진정되거나 해결되지 않는다. 보다 촘촘한 대책과 실효성을 담보할 집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어제부터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구에 상주하며 현장 지휘에 나서는 등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감염병 위기경보도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한 만큼 고강도 대책을 내놓고 현장 적용이 제대로 되는지도 꼼꼼히 챙겼으면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아직 신천지 교인에 대한 전수조사나 전파 경로 규명 등 너머야 할 산이 많다. 부디 정권의 명운을 건다는 각오로 코로나19 사태에 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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