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반대에 '손바닥 뒤집기 식' 행정 번복

주요 사회기반시설인 산업 폐기물 처리시설 등의 신설 및 증설을 두고 전국 곳곳이 시끄럽다. 주민 간 찬반 갈등과 행정소송 등 법정 다툼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주민 반발 등을 의식한 `손바닥 뒤집기 식` 행정을 펼쳐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또 관계법령을 무시한 일부 주민들의 주장에 행정 원칙이 무너지며 떼쓰면 통한다는 이른바 `떼법`의 선례를 남기는 등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서산 주민들은 지역 내 산업단지 폐기물 처리 범위를 두고 충남도청 앞에서 연일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폐기물 처리를 산단 내로만 한정할지, 외부 폐기물까지 받아오느냐를 두고 충남도가 `해당 산단 폐기물만 처리 한다`는 종전 입장을 바꿨기 때문.

충남도는 줄곧 산단 자체 폐기물만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최근 `오토밸리 산업단지 내 폐기물만 처리한다`는 사업자와의 협의 조항을 삭제했다.

도는 감사원의 권고에 따른 것이라 해명했지만 불필요한 갈등을 불러왔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지자체들의 `주민 정서` 즉 표를 의식한 행정은 법정싸움을 불러오기도 한다.

지난 해 충남 계룡시는 의료 세탁물 처리업체 건축허가 건과 관련해 일부 주민과 시민단체의 반발로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사업주는 충남도 행정심판위원회에 `공사 중지 명령 취소청구`를 냈다. 행정심판위는 인용 결정을 내려 사업주의 손을 들어줬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자체가 주민 반발을 이유로 폐기물 처리시설 등을 불허했다가 패소하고 급기야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리는 사례도 발생하기도 했다.

2007년 충북 음성군은 지역 내 분뇨·쓰레기 처리시설 건립을 두고 주민 집단 민원 우려가 있다며 건축 허가를 미뤘다.

해당 업체는 6년간의 법정싸움 끝에 대법원에서 승소했고 오랜 기간의 법정 다툼으로 경영난에 빠진 책임을 음성군에 물었다.

업체는 군을 상대로 수백 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충북 청원군(청주시와 행정구역 통합 이전) 양돈협회는 2008년 군으로부터 분뇨·쓰레기 처리시설 신축 허가를 받아 하루 100t의 가축 분뇨를 액체 비료로 생산하는 공동자원화시설 건립에 나섰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자 허가를 내줬던 청원군은 `민원을 해결하지 못했다`며 공사 중지명령을 내렸다. 양돈협회는 즉각 공사 중지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양돈협회의 손을 들어줬다.

사업주 등이 경제적 손실의 책임을 지자체에 물을 경우, 결국 시민들의 혈세가 빠져가는 셈이다.

혐오 시설 입지를 두고 극명하게 드러나는 주민 갈등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폐기물 처리장 등이 주요 사회기반시설이라는 찬성 의견과 환경오염 등을 근거로 한 반대 주민들의 기 싸움은 지역 민심이 두 동강 나는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지역 폐기물 처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떼법(법적용을 무시 하고 생떼를 쓰는 억지주장)이 법질서를 해치면서 선량한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논란이 발생하는 각 지역의 폐기물 처리업체 등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인허가를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적인 문제가 없는데도 민원을 우려해 일단 막고보자는 식의 행정은 지자체의 공신력을 잃게 되는 결과로 돌아올 것"이라며 "결국 행정소송 패소 등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남형·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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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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