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대전시청사 인근 시청지하보도로 내려가는 계단에 셔터가 내려져 있다. 사진=문승현 기자
19일 대전시청사 인근 시청지하보도로 내려가는 계단에 셔터가 내려져 있다. 사진=문승현 기자
보행자가 지하로 길을 건널 수 있도록 만든 지하보도가 길게는 10년 넘게 문이 닫힌 채로 방치돼 있다. 관리주체인 대전시는 이렇다 할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사실상 손을 놓았다. 지하보도 유지관리 업무를 위임받은 자치구는 대안 모색에는 나 몰라라다.

19일 현재 대전지역 내 20개 지하보도 중 15곳(동구 3·중구 2·서구 10곳)은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고 3곳이 장기간 폐쇄된 상태다. 2009년 3월, 2011년 8월 각각 폐쇄됐던 중구 태평지하보도와 서구 둔지미지하보도는 그나마 태평동주민센터 창고, 공공자전거 보관·수리 장소로 쓰이고 있다.

시청사 인근 시청지하보도(길이 73m)는 2009년 3월 폐쇄 이후 11년째 굳게 잠겨 있다. 서구 둥지지하보도(67m)는 2010년 10월, 정부청사지하보도(31m)는 2016년 12월 문을 걸어 잠갔다. 보행자 중심의 도로가 속속 도입되고 장애인이나 노인, 임산부 등 교통 약자는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 불편함을 호소하면서 이용이 줄었으며 각종 범죄 발생 우려가 제기돼 폐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시의 해명이다.

지하보도는 둔산 택지 개발 당시인 1990년대 초중반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지다 2008년 제1·제2용운지하보도 두 곳 건립을 끝으로 멈춰섰다. 이후 차량 통행 우선의 교통문화가 보행자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지하보도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것이다.

시는 폐지하보도 활용을 두고 자치구와 협의해 왔으나 마땅한 방안을 찾지 못했고, 허태정 시장의 공약사업인 둔산센트럴파크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시민공동체 공간이나 연결통로 활용안이 나오기도 했지만 사업 기본계획 수립용역은 지난달 잠정 중단됐다.

2028년까지 380억 원을 들여 보라매공원과 둔산대공원, 샘머리공원, 갈마근린공원 등 각기 단절된 공원을 연결해 거대한 녹지공간을 만들겠다는 구상인데 대규모 토목사업에 불과하다는 시민단체의 반발과 원도심 소외론에 부딪혔다. 허 시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공원 연결과 공간 활용, 기능 등에 의견 차가 있어서 충분한 논의를 거치고 있는 과정이다. (사업 자체가) 좌초될 일은 없다"고 단언했지만 반대 여론을 설득하는 게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서울시는 2018년 종각역 지하보도에 지하정원을 조성하기로 결정하고 1년여 공사 끝에 지난해 12월 일반에 개방했다. 지상의 햇빛을 원격 집광부를 통해 고밀도로 모아 특수제작한 렌즈에 통과시켜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지하 공간까지 전달하는 자연채광 제어기술이 적용됐다. 지하로 전송된 햇빛은 유자나무, 금귤나무, 레몬나무 등 과실수를 포함한 37종의 다양한 식물을 키우고 정원 녹지공간 옆에는 계단을 리모델링해 만든 객석이 자리잡아 교양강좌나 소규모 공연을 할 수 있다.

총선을 앞두고 폐지하보도를 `문화창작발전소`로 만들자는 주장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양홍규 예비후보(대전서을)는 최근 정책공약 자료를 내 "지역 지하보도 여러 곳이 폐쇄돼 있고 규모가 큰 만월지하보도는 이용자가 적어 우범지대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버스킹이나 인디밴드 상설 공연장, 유튜버 등 1인 미디어 스튜디오, 미술관, 청년창업 아지트 등으로 활용한다면 폐지하보도가 지역 문화와 공동체의 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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