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톤 이성원
바리톤 이성원
오페라 부파(Opera buffa)란 이태리어로 쓰여진 가볍고 익살스러운 내용의 희극적인 오페라를 이야기한다. 이태리 베네치아를 시작으로 나폴리에서 유행했던 부파는 처음에는 짧은 간막극의 형식이었으나, 점차 규모가 커지고 음악과 극에 맞는 대본이 결합되면서 하나의 오페라 장르로 발전한다. 1752년 파리에서는 전통적인 오페라였던 세리아와 새롭게 부상하던 부파를 지지하는 서로 다른 지지층간의 정치적, 음악사상의 대립이 있었는데 이 음악적 논쟁과 대립을 부퐁논쟁(Guerre des Buffons)이라고 한다.

전통적인 오페라 세리아를 지지하는 왕을 필두로 귀족들과 기득권 계층, 그리고 오페라 부파를 지지하는 부르주아들을 비롯한 신진 지식인들, 이들은 음악적인 논쟁뿐만 아니라 정치 및 사상적 대립을 하였고 서로 중상모략과 결투 등을 통해 유혈사태가 벌어지는 등 파리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1764년 오페라 세리아의 대가였던 라모의 죽음으로 인해 논쟁은 종료된다. 부퐁 논쟁은 음악사에서 흥미로운 주제이다. 왕과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던 오페라와 음악이 일반 대중들도 즐길 수 있게 바뀌는 과도기적 시기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오페라 부파는 희극적인 오페라이다. 그리고 그 희극의 중심에는 불합리하고 부도덕한 부조리의 온상인 기득권자가 등장한다. 힘 있는 기득권자를 상식적인 평민이 조롱하고 비방함으로 당시의 사회상과 신분제의 병폐를 희극으로 풍자한다. 풍자와 사회비판을 음악과 예술로 표현한 오페라 부파는 대중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다양한 작품으로 사랑받게 된다.

해학과 풍자는 우리 전통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주요 소재이다. 양반전, 호질, 흥부전, 봉산탈춤 하회별신굿놀이 등 많은 문학작품과 탈춤은 못된 양반을 희극적으로 풍자하고 권선징악을 통해 사회정의를 구현함으로써 고단했던 평민들에게 웃음과 삶에 희망을 주었다. 희극작품이 희극으로 존재 할 수 있는 이유는 웃음의 힘이다.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에서 광대 장생(감우성 분)의 대사 "왕이 보고 웃으면 희롱이 아니지 않소"는 왜 사람들이 당시 오페라 부파에 열광했는지, 그리고 기득권자들은 씁쓸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성원 바리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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