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석 공주대 교수
오형석 공주대 교수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혁명적인 자산(Revolutionary Wealth)`에서 미래사회 시간에 대한 개념 변화를 설명하면서 경제는 시속 100마일의 속도로 급변하는데 학교는 시속 10마일, 법규는 시속 1마일로 움직인다고 비판했다. 관료조직조차도 25마일 속도인데 학교는 그 절반도 되지 못한다. 우리보다 20-30년 앞선다고 하는 미국의 학교 시스템도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부족하다는 비판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듯 현재의 학교 시스템은 미래상을 반영하기엔 너무 느리고 비효율적으로 보인다. 유튜브에서 각자 원하는 교육 콘텐츠를 쉽게 찾아 접하다 보면 학교의 교육시스템은 답답해 보일 정도다. 혹자는 유튜브 같은 플랫폼은 시대 변화에 따라 기존 교육의 체제를 와해시키고 다양성과 접근성으로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어 궁극적으로 학교를 대체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2013년 구글(Google) 수석 엔지니어가 설립한 학교가 화제가 됐다. 말 그대로 `대안` 학교, 즉 알트스쿨(alt school)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학교는 데이터를 분석해 학생들이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는 `개인형 맞춤학습`을 표방했다. 국가가 정한 나이에 따른 교육과정이 아니라 개별 학생의 빅데이터를 분석, 학생의 흥미와 적성에 따라 커리큘럼을 따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로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를 비롯한 많은 인사가 이 학교에 투자했으나 초창기 화려한 모습에 비해 현재는 대다수 알트스쿨이 문을 닫고 있으며 그 엔지니어는 학교가 아니라 교육용 소프트웨어에 더 관심이 많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알트스쿨은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며 개인 맞춤 학습으로 관심사가 유사한 4세에서 14세의 학생들이 프로젝트 중심으로 한 교실에서 공부하며 주입식이 아니라 각자 동기를 부여하고 양질의 교육환경을 제공한다. 학생들의 학습 행태와 태도는 모두 녹화돼 교사들과 프로그래머들이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개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자료로 쓰이게 된다. 이러한 자료는 학습플랫폼으로 제작돼 다른 학교에도 전파되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선순환 시스템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교육성과는 초라했다. 엔지니어들은 인공지능과 같은 테크놀로지가 지식 전달과 습득 면에서 교육의 효율성을 높여 기존의 교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학교는 지식과 기술의 전파뿐만 아니라 사회성을 배우고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키우는 역량이 더욱 중요하다. 디지털 미디어와 데이터 분석은 기존의 주입식, 강독식 강의를 대체할 수 있지만 실제 동료들과 협력하고 토의하며 교사가 수립한 교육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수법은 기존 교육학을 바탕으로 교사의 지도 아래서 체계적으로 계획되고 진행돼야 한다. 이때 교사는 단순한 가르치는 사람이 아닌 가이드 또는 코치가 되어야 하며 수업은 확고한 교육학을 중심으로 의도되고 제공되도록 한다. 이는 결국 학교 공간은 지식의 주입이나 평가를 넘어 학생들이 한 장소에서 다양한 시도와 소통, 설득과 성취를 경험할 수 있는 장(場)으로 진화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존의 교실은 확장하고 연계하는 가변적이고 복합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봉준호 감독의 인상적인 수상소감이었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것은 교수학습과정에서 스스로 깨달은 것만이 의미 있는 성과가 된다는 것과 맞닿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형석 공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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