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성악가
박영선 성악가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는 클래식 음악의 대부분은 서양 음악이다. 국악이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엄청난 부흥을 일으켰으나 아직도 우리 음악보다는 외국 음악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그래도 요즘에 와서 작곡자 김효근 교수의 `첫사랑`이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김주원님의 `연꽃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김원주님의 `베틀노래` 등 새롭고 높은 작품성과 예술성에 대중성까지 겸비한 곡들이 쏟아져 나와 신작 한국가곡이 많이 불려지고 있다. 참으로 오랜만에 몇 년간 이어지는 바람직한 풍토라고 생각된다.

대부분의 성악도들은 대학 졸업 후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러시아 등 유럽으로 유학을 간다. 30년 전 필자가 유학할 당시 이탈리아만 해도 한국인 유학생들이 3500명이 넘었다. 그 중 90%가 성악 전공이었다. 유학생 밀집지역에서 한 테너가 노래하기 시작하면 여기저기 온갖 테너들이 높은 도(하이C)를 여기저기서 내기 시작하고, 그야말로 동네 콩쿠르가 시작되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곤 했다.

유학 초기의 특이한 호기심은 작곡자 생존시 산책로부터 그들의 유품을 볼 수 있는 박물관과 무덤까지도 경건한 마음으로 눈과 마음에 새기곤 했다. 더운 나라라 그런지 테너와 소프라노 등 고음가수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3대 테너도 파바로티만 이탈리아 테너였고 도밍고와 카레라스는 스페인 테너였으니 말이다. 유학 마지막에 나갔던 콩쿠르에선 러시아에서 온 메조소프라노 기골의 장대함에 동양 여자의 메조는 비교가 안될 정도라는 걸 느끼기도 했다. 추운나라는 저음가수가 두드러지게 좋았다.

유럽 어딜 가나 음악회는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볼 수 있을 정도로 자주 공연되고 소극장부터 유명한 극장까지 음악이 언제나 흐르고 있다.

필자가 1년에 한 번씩 유럽에 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음악을 좀더 작곡가의 의도에 가깝고, 깊게 이해하고 싶어서다. 또 시대에 따른 건축양식과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고향처럼 변치않는 도시건물 때문이며, 유럽 각각에 따르는 특별한 맛이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요리가 유명한 이유는 태양이 워낙 뜨겁기 때문에 과일은 물론이고 채소조차 달 정도로 싱싱하고 물기가 많으며 또한 당도가 높다. 게다가 식재료가 좋으면 요리가 훨씬 제 맛을 낼 수 있기에 이탈리아 요리는 정말 보암직하고 먹음직하다.

특히 필자가 유럽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산책이다. 유럽여행을 다녀오면 아무리 잘 먹어도 2㎏은 빠져서 온다. 엄청나게 걷기 때문이다. 지하철 3개 정거장 정도는 충분히 즐겁게 걸을 수 있는 길거리 문화가 있는 유럽은 미국처럼 굳이 차가 필요한 나라가 아니라 더욱 아기자기 했다.

그래서 남자들은 질주하는 거대한 미국을, 여자들은 산책하며 여러가지를 느낄 수 있는 유럽을 선호하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오페라 여행을 패키지로 오는 이들도 여러 번 봤다. 유럽의 여러 도시에 테마 자체를 오페라 감상에 두고 지식 가이드와 함께 충분한 사전지식을 갖춘 뒤 자료도 읽고 하는 3-4편의 오페라 여행도 참 멋진 삶의 일부다. 창조하는 예술가들과 그들의 예술을 공감해주는 많은 문화인으로 인해 삶이 더 풍요로워지기를 갈망한다. 박영선 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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