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우한주민 격리시설 검토에 주민들 격앙, 천안 정치권 공세 이어져

29일 초사동 주민들이 우한교민 격리시설로 경찰인재개발원이 검토되는 것에 농성을 벌이며 항의하고 있다. 사진=윤평호 기자
29일 초사동 주민들이 우한교민 격리시설로 경찰인재개발원이 검토되는 것에 농성을 벌이며 항의하고 있다. 사진=윤평호 기자
[천안아산]아산시 소재 정부시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시발지인 우한지역 교민들의 귀국시 격리시설(임시생활시설)로 지정된 가운데 아산지역 주민들이 도로 점거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날 천안 소재 정부시설의 격리시설 활용설로 홍역을 치룬 천안시는 29일 시장 예비후보자와 시의원 등 정치권의 기자회견이 잇따르며 격리시설 후보지 검토의 여진이 계속됐다.

29일 우한지역 교민들의 격리시설로 아산시 초사동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이 지정되자 현지 주민들은 격앙된 감정을 토로했다.

초사동이 속한 온양5동의 김재호(63) 통장은 "지자체나 주민들 의견수렴도 없이 중앙정부가 경솔하게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특히 천안주민들이 반대한다고 아산으로 옮긴 것은 지역간 싸움만 붙이는 것이다. 경찰인재개발원은 초사동 마을 한가운데 있고 주민들 대다수가 75세 이상 어르신들로 확산시 줄초상이 날 수도 있다"고 분개했다. 김 통장은 "주민대책위를 구성해 주민 총궐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날 아산경찰서에 집회를 신고했다. 정오 이후부터는 트랙터 여러 대 등을 동원해 경찰인재개발원 진입도로를 점거하고 봉쇄에 나섰다. 점거 농성장에는 "경찰인재개발원 우한폐렴 격리시설 정부는 즉각 철회하라", "아산시민을 버린 행정, 대한민국 정부가 버린 아산", "아산시민이 먼저다! 우한교민 수용 절대 반대" 등의 날선 구호가 적히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경찰인재개발원 인근 초사 2통은 지난해 말 기준 196세대 456명이 거주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천안에 이어 아산의 격리수용 계획을 철회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천안에 거센 반발에 부딪히니 상대적으로 주민수가 적은 아산으로 행정처리가 말이 됩니까?"라고 성토했다. 청원자는 경찰인재개발원 근방에 신창역과 순천향대가 있고 불과 4㎞ 이내에 시민과 관광객이 밀집하는 신정호국민관광단지가 있어 주말 등에 많은 인파가 몰리고 카페거리가 형성돼 평일에도 인파가 많다며 모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격리시설로 돌려 달라고 주장했다. 청원글은 오후 5시까지 1만 3600명이 넘는 동의가 줄을 이었다.

이명수 국회의원(자유한국당·아산갑)은 29일 성명을 통해 경찰인재개발원의 격리시설 활용을 반대했다.

성명에서 이 의원은 "경찰인재개발원 인근에 아파트단지를 비롯해 수많은 아산시민이 거주하고 있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과 제약요인이 있어 격리시설로 적합하지 않으며 인근 천안시민과 정서적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설치되어 있는 세종시 보건복지부를 29일 항의 방문했다.

오세현 아산시장은 페이스북에 "우한 교민 수용시설의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결정은 합리적 기준도, 절차적 타당성도 결여되어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오 시장은 "정치적 논리와 힘의 논리에 밀려 아산으로 결정됐다는 점이 아산시민들의 상실감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아산시와 아산시민들은 합리적 결정의 근거가 제시되지 않으면 반대할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

아산시의회는 15명 의원 가운데 자유한국당 맹의석, 전남수, 심상복, 이의상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상덕, 김미영 의원 총 6명이 `우환 귀국교민의 아산지역 격리 수용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천안아산경실련은 "우한 송환 교민을 아산이 아닌 공항 인근 정부지정 긴급재난 대피시설로 활용하라"는 의견을 29일 발표했다.

경찰공무원 및 경찰간부후보생에 대한 교육훈련을 관장하는 경찰인재개발원은 2인 1실의 638실, 1276명 수용가능한 생활관과 후생관, 식당 등을 보유하고 있다. 2009년 11월 25일 현재의 부지에 경찰교육원으로 개원했다.

29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는 자유한국당 천안시장 예비후보자들과 같은 당 천안시의원들이 전날 천안시 동남구 유량동 우정공무원교육원과 목천읍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이 우한 교민들 격리시설 후보지로 검토된 것에 입장을 표명했다.

도병수(58·자유한국당) 천안시장 예비후보는 "아산지역은 천안과 동일생활권이고 천안아산역만 지나면 바로 아산과 접한다"며 "우려되는 점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박상돈(70·자유한국당) 천안시장 예비후보는 "먼거리를 감내하면서까지 왜 굳이 우한교민들을 충청도에 격리하려하는지 이해 할 수가 없다"며 "현명한 판단을 재차 촉구한다"고 말했다.

천안시의회 자유한국당 9명 시의원들은 입장문을 통해 "충남도와 천안시는 결정이 번복돼 다시 천안으로 오는 것을 막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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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초사동 주민들이 경찰인재개발원 주변 도로를 트랙터 등으로 차단하고 있다. 사진=윤평호 기자
29일 초사동 주민들이 경찰인재개발원 주변 도로를 트랙터 등으로 차단하고 있다. 사진=윤평호 기자
경찰인재개발원 정문 모습. 사진=윤평호 기자
경찰인재개발원 정문 모습. 사진=윤평호 기자
29일 초사동 주민들이 우한교민 격리시설로 경찰인재개발원이 검토되는 것에 항의해 도로를 트랙터 등으로 차단한 채 항의하고 있다. 사진=윤평호 기자
29일 초사동 주민들이 우한교민 격리시설로 경찰인재개발원이 검토되는 것에 항의해 도로를 트랙터 등으로 차단한 채 항의하고 있다. 사진=윤평호 기자
29일 초사동 주민들이 우한교민 격리시설로 경찰인재개발원이 검토되는 것에 항의해 도로를 트랙터 등으로 차단한 채 항의하고 있다. 사진=윤평호 기자
29일 초사동 주민들이 우한교민 격리시설로 경찰인재개발원이 검토되는 것에 항의해 도로를 트랙터 등으로 차단한 채 항의하고 있다. 사진=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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