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휘어스호 벤치마킹… 새로운 담수호도 오염 가능성

양승조 충남지사는 부남호 역간척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지난해 두 차례 걸쳐 네덜란드를 휘어스호를 방문해 역간척에 대해 벤치마킹을 했다. 그는 휘어스호 해수유통을 통한 담수호 수질 및 생태계의 건강성 회복을 직접 눈으로 보고 역간척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돌아왔다.

부남호는 1980년대 `국토 확장`과 `식량 증산`이라는 시대적인 요구에 의해 탄생했지만 지금은 수질오염과 생태계 파괴 등 또 다른 문제를 안겨 주고 있다. 서산B지구 방조제에 갖힌 부남호는 해수유통이 차단되면서 담수호 수질이 6(Ⅵ)등급으로 악화돼 농업용수로 활용할 수 없을 정도다.

우기에는 담수호 방류로 천수만 오염과 어장 피해를 유발하기도 한다. 담수호 수질 악화에 따른 악취로 국내·외 기업들이 태안 기업도시나 서산 웰빙특구 내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부남호 인근의 농경지는 매년 가뭄과 염해 피해를 입고 있다. 이처럼 부남호는 갈수록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다.

충남도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간척을 들고 나왔다. 최근 용역 보고회를 통해 수질 개선, 해수 순환 및 환경관리 체계 구축, 생태 복원 및 건강성 회복, 생태관광 및 공간 이용 활성화 등을 역간척 비전으로 제시했다.

부남호 역간척의 핵심은 해수유통이다. 도는 해수유통을 위해 수중 암거와 어선이 드나들 수 있는 통선문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는 양 지사가 보고 온 네덜란드 휘어스호의 방식과 비슷하다. 도는 내년에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2021년 실시계획 수립에 이어 2022년부터 5년간 하구복원 공사와 갯벌 복원 및 하구 생태계 모니터링을 한 뒤 2027년부터 2029년까지 3년간 본격적으로 해수 유통을 실시할 계획이다.

아직까지 간척으로 인해 만들어진 담수호를 살리는 방법은 해수유통이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 해수유통이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결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은 아니다. 네덜란드에 성공사례가 있고 가깝게는 시화호의 해수유통에서도 교훈을 얻는다. 하지만 정답을 알고도 섣불리 손을 댈 수 없었던 것이 바로 부남호다. 이해 관계가 얽혀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제대로 역간척을 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다.

최소한의 역간척을 하더라도 고려해야 할 사안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부남호 물을 천천히 방류하면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지만 지역주민들의 의견은 다르다. 주민들은 해수유통을 위해 담수호를 방류하면 당장 천수만과 안면도 일대가 오염되고, 30여 개에 달하는 안면도지역 어촌계가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부남호 역간척이 경제성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해수유통에 따른 가두리 양식장 피해, 농작물 염해 피해 등은 계산에 빠져 있다. 일부 이긴 하더라도 갯벌 복원을 하게 되면 농경지를 매입해야 하는데 이 비용도 산정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부남호 인근에 태양광을 설치하려는 사업자들이 많다고 한다. 농경지가 태양광으로 다 덮히고 난 뒤 역간척을 하게 된다면 일이 더 꼬이게 된다.

이왕이면 역간척이라는 표현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역간척은 방조제를 허물어 예전대로 돌린다는 의미인데 현재 충남도가 추진하고 있는 것은 해수유통이다. 사업이 완료되더라도 간척지 대부분이 그대로 농경지로 남아 있고, 이에 따른 농업용수도 여전히 필요하다.

해수유통이 되더라도 부남호 주변의 농경지가 다시 바다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부남호 상류에 새로운 담수호를 만드는 방안이 제시됐다. 제방에 갇힌 이 담수호도 결국 수질 오염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이곳도 해수유통을 시켜야 한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부남호 역간척은 이제 첫발을 뗐다. 해수유통을 통해 담수호 수질을 개선하고, 농경지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서로 다른 길을 가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셈이다. 담수호 수질이 개선되면 엄청난 경제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표현으로는 안된다. 무엇보다 지역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은현탁 충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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