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위원
이대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위원
최근에 이슈가 되었지만 `4차 산업혁명`과 같은 개념은 불과 20년 전 만해도 존재하지 않았고, 다음 세대의 신혁명으로 여기고 있는 `인공지능기술`도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초미세먼지와 같은 연구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었다. 기술의 발전은 물론 사회적, 환경적 요인에 따라서 연구개발 계획과 과학기술의 미래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네트워크와 인공지능,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생명공학 등 과학기술은 우리의 생활양식과 문화의 변화를 예상보다 크고 빠르게 바꾸어 놓고 있다. 이런 변화 속도라면 다음 20년에 대한 미래의 모습을 예측하고 비전을 제대로 수립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항공우주분야도 혁신적이라고 할 만큼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일한 우주왕복선이었던 미국의 우주왕복선이 2011년에 퇴역하고, 이를 대신해 민간업체인 스페이스 엑스사가 재사용 발사체 개발에 성공하고 우주로 물자를 수송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그 동안 정부와 대기업들 중심이던 우주시장에 스페이스 엑스사와 같은 민간 기업들이 가세하며 우주시장이 민간 영역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른 바 뉴 스페이스로 불리는 새로운 변화와 물결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뉴 스페이스 시대로의 전환은 과거 누구도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민간 기업들이 소형 위성과 우주탐사 분야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작은 민간기업은 달탐사를 시도하고 있고, 우주 신생국이라 할 수 있는 아랍에미레이트도 화성 탐사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소형발사체, 달 탐사와 달기지 건설을 추진하는 작은 기업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항공 분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항공 분야에서는 민간 주도로 새로운 항공 모빌리티 구축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전통적인 보잉, 에어버스와 같은 항공기 제작사는 물론이고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도 새로운 항공 모빌리티 확보에 뛰어들었으며, 미국의 우버사는 전기동력 개인항공기 개념의 도심 항공 모빌리티 사업을 가장 앞서 준비 중이다.

우리나라는 항공우주 선진들에 비해 연구개발 시작이 늦었다. 기술적으로나 투자 규모 등에서 크게 뒤쳐졌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우리나라 항공우주 기술 수준은 그 동안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계획했던 개발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성공하였다. 우리 기술로 국산 헬리콥터를 개발했고 세계 두 번째로 수직이착륙형 스마트무인기를 개발했다. 이러한 기술과 경험을 토대로 차세대 전투기 사업과 소형 무장·민수헬기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나로호에 이어, 순수 독자기술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를 개발하고 있으며, 다목적실용위성과 정지궤도위성들을 성공적으로 개발, 운용하고 있다.

그 동안의 괄목할 만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항공우주 생태계 흐름과 견주어 보면 아직 기술적 격차가 있다. 기술적 격차를 좁히는 것과 함께 뉴 스페이스와 같은 급속한 변화도 우리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다. 우리 역시 항공우주분야의 변화를 보다 능동적이고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 동안 국내에서도 대부분의 항공우주사업이 정부 주도로 진행되어 왔지만 최근 국내 민간기업들이 도심항공 모빌리티를 핵심 비전으로 개발을 추진 중이고, 작은 청년 벤처기업들이 소형 발사체와 초소형 위성을 개발하는 등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민간 기업들의 비전과 노력, 여기에 정부의 중장기적인 지원계획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세계 항공우주분야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미처 예측하지 못한 놀라운 성과들이 성취되는 미래가 열릴 수 있다.

이대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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