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단정하고 차분한 한 여학생이 자신의 글이 실린 책을 들고 국어교사와 함께 찾아왔다. 그 학생은 일상생활의 느낌을 진솔하고 담백하게 표현하는 능력을 인정받아 여러 차례 수상한 경력이 있는 학생이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책을 받자마자 학생의 글을 읽기 시작했다. 글의 주제는 `시든 꽃을 피게 하는 힘`으로, 어머니의 발 부상으로 인해 12주간 병원생활을 하면서 겪은 내용이다. 처음에는 어머니의 부상이 너무나 당황스럽고 힘들었지만, 어머니의 사랑을 기억하면서 오히려 `성장의 기회`가 됐다고 한다.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이 자리 잡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는 AI 창의융합교육 못지않게 감수성, 회복탄력성, 감정적 조율, 조화로운 인성, 공동체 의식 등이 강조되고 있다. 기계문명이 극도로 발달한 가운데 인간성을 회복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한 조건으로 어느 때보다 감성과 이성의 조화, 스스로 성장하는 자생력, 무엇보다 삶에 대한 만족감과 행복감이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의 선구적인 세무회사 H&R 블록의 CEO였던 토머스 M. 블로크는 어느 날 단 한 번뿐인 인생에서 뭔가가 빠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고민 끝에 19년 간 재직해 온 회사를 떠나 캔자스시티 빈민가에 있는 SFX학교와 유니버시티 아카데미에서 수학교사로 활동하면서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앞장서게 됐다. 그는 "교사는 한 사람의 생명을 다룬다"며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고 고백했다.

본교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통합 및 융합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또 맞춤형 생활지도를 실시, 조금씩 변화해 가는 학생들을 보면서 많은 교사들이 보람을 느끼고 교육의 중요성과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 지난 가을에는 여유 교실을 활용, 학부모 회의실을 마련하고 상시 개방해 학부모와 교사의 소통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했다. 도자기공예와 켈리그라피 등 작품활동 행사를 열고, 학부모들이 학교를 언제든지 방문할 수 있도록 학교의 문턱을 낮췄다. 그 결과, 학교에 대한 학부모의 이해와 만족도가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학자 윌리암 글라써는 "좋은 학교는 좋은 교사, 따뜻한 부모, 신나는 아이들이 만든다"고 했다. 즉, 좋은 학교는 교사와 행정가가 모두 효율적인 관리를 해 대다수의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경험하고 학업을 성취하는 학교라는 것이다. 올해 본교는 울타리 조성사업과 야외 상상교실을 구축했으며, 연말에 준공식을 앞둔 친환경 인조잔디 조성사업을 진행하면서 교육공동체와 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코자 했다. 현재도 학교의 주된 사용자인 학생과 교사가 학교공간혁신 촉진자와 함께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설계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학교공간 재구조화 사업인 미래공감 `숨`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내년 전반기에는 노후화된 컴퓨터실과 복도를 재구조화해 학습과 휴식이 공존하는 배움터가 될 것이다.

2020년에는 학부모가 교사와 학교를 신뢰하고, 학생은 교사를 존중하고 학교생활에 만족하며, 교사는 창의융합교육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인성교육 및 진로지도에 최선을 다해 보람을 느끼는 월평교육 공동체가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권옥 대전월평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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