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정당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가 점입가경이다. 한국당은 민주당을 비롯한 4+1 협의체가 끝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표결처리하면 위성정당인 비례대표정당을 만들어 무력화시키겠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반면에 민주당은 한국당의 비례정당 창당은 정치개혁을 가로막을 꼼수인 동시에 헌법적 가치를 무시하는 행태라며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비례정당을 만들겠다는 한국당이나, 이를 좌시할 수 없다는 민주당이나 그 파장이 어떻게 번질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어 서로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국당은 26일 4+1 협의체의 선거법 수정안이 통과를 전제로 비례정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황교안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꼼수에는 묘수를 써야 한다는 옛말이 있다"며 "선거법이 이대로 통과된다면 비례대표 한국당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비례한국당 창당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앞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순례 최고위원도 "한국당의 대표회의 기구인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의 의지를 말씀드리고자 한다. 비례대표한국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당의 이 같은 압박은 민주당과 4+1에 참여한 군소 야당을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253석과 47석으로 유지하면서 비례 30석에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4+1의 선거법으로는 지역구 당선자가 많은 민주당이나 한국당은 비례의석을 얻기 어렵다. 반면 한국당이 비례정당을 만들면 비례의석을 대거 가져올 수 있다. 4+1의 선거법에 의한 세력 약화와 고립을 우려하고 있는 한국당으로서는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카드다.

여기에는 군소 야당의 의석확대 등 다당제에 방점이 찍힌 4+1의 선거법을 주도한 민주당이 비례대표정당을 만들고 싶어도 여론이나 군소 야당의 반발 때문에 실행할 수 없을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한국당으로서는 비례정당을 현실화했을 경우 여론의 역풍이 우려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당 주도의 선거법 처리에 대한 압박용으로는 이만한 것이 없지 않느냐는 자세다.

이와 관련해 심재철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비례정당을 만드는 것에 민주당이 불안감을 느낀다면 그렇다면 준연동형을 포기하라. 그러면 한국당은 비례정당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고민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한국당이 비례정당을 만들어 내년 총선에 임하면 비례의석을 대거 빼앗길 것이란 점에 대해 대체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렇게 되면 하반기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데 지장이 초래될 것이란 우려도 짙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한국당에 대응해 비례정당을 만드는 것도 여의치 않다. 당장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이끌어 온 대의명분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일이다.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이 만들어지면 현행 선거제와 같이 비례의석이 배분되기 때문에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와 효과는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4+1에 참여한 군소 야당의 반발 등은 물론이고 여론의 눈총을 감내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한국당이 비례정당을 만들면 이를 막을 방법이 여의치 않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대응이 주목된다. 서울=김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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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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