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사진전'남겨진 생' 27일까지 대전 꼬시꼬시

박재희, 강아지가 태어났다
박재희, 강아지가 태어났다
눈을 크게 뜨고 귀를 기울여야만 보고들을 수 있는 삶의 가치에 관심을 둔 작가 2인의 전시가 열린다.

회화·사진전 `남겨진 생`이 오는 27일까지 대전 중구 대흥동 꼬시꼬시에서 열린다.

젊은이들이 떠나간 시골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소박한 일상을 꾸려나가는 노인들을 화폭에 담아낸 박재희,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과거의 흐릿한 존재를 붙잡아 기억한 전경배의 전시다.

작가 박재희는 소외된 것들에 관심을 둔다. 요즘 시골 마을에는 젊은이들이 거의 없다. 박 작가는 "시골을 지키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마저 돌아가시면 시골은 소멸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경각심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이런 모습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사라지는 풍경을 그림으로라도 붙잡아두고 싶게 만들었다고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시골마을을 지키고 있는 건 그들의 반려동물 고양이와 강아지도 있다. 어르신들에게 반려동물은 가족이었다. 추운 겨울에는 집안에서 잠도 재우고 무심한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에는 꽤나 애틋하기까지.. 반려동물도 그들에게 애정표현을 감추지 않는다. 하루 종일 어르신 뒤만 졸졸 쫒아 다니고, 사냥감을 잡아 물어온다. 작가의 눈에 담긴 시골의 고양이와 강아지들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동물들보다 자유롭고 행복해보인 이유다.

박 작가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면서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 이 모습을 언젠가 볼 수 없을까봐 조금은 아련하기도 했다"면서 "이번 전시를 통해 사람들이 시골에 계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도시에 사는 길고양이에게도 너그러운 마음을 가졌으면 하고 바란다"고 말했다.

작가 전경배는 어린 시절부터 방금전의 나 자신까지, 잊혀지기 쉬운 순간이 의미 없는 시간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런 생각들을 사진에 담았다. 물고기가 모래톱에 남기고 간 흔적, 떨어뜨리고 간 지느러미를 찍어 지나간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내가 기억을 못하는 과거의 나조차 현재의 나와는 동일선상으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 목적지에 도착한 나는 운전 하는 중의 자신을 대부분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실은 과거의 자신을 이끌고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기억 못하는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망각 속의 대상이 기억속의 대상보다 덜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전 작가는 "지나간 시간, 남겨진 기억과 흔적을 보고 또 생각하며 생이란 무엇인지 의문이 들었다. 과거의 내가 바라보았던 것들, 생각하였던 것들은 과거의 나와 그 시간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를 끌어안고 지금이라는 시간 속에 있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했다"며 "한 곳에 있었던 물고기가 그 자리를 떠나게 되고 나서 흔적이 남았다. 그 흔적도 물고기일 것이다. 물고기의 남겨진 흔적을 물고기라고 말하지 않는다면 생이라는 것이 슬퍼진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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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희, 시장에서
박재희, 시장에서
전경배, Ichthyology 1
전경배, Ichthyology 1
전경배, Ichthyology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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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배, Untitled-1
전경배, Untitled-1

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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