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로고

[한밭춘추] 애들아 내가 잘못했다, 미안하다

2019-12-25기사 편집 2019-12-25 10:24:27     

대전일보 > 오피니언 > 사외칼럼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핀터레스트
  • 기사URL 복사

첨부사진1김남식 수필가
어렸을 때는 꾸중 듣는 일이 다반사였다.

"너 아직도 세수 안했지, 공부도 못하면서 왜 이렇게 말썽만 부려.", "숙제 안했지, 그러니까 남한테 뒤지지." 학교 가도 그런다. 청소 잘못했다고, 미술 준비 안했다고, 성적 떨어졌다고, 종아리 맞기, 청소하기, 운동장 열 바퀴 돌기. 잔소리하는 엄마, 호통 치는 아빠, 몰아대는 선생님이 밉다.

사도세자도 심한 고통을 받았다. 재주가 뛰어 났지만 칼 쓰기와 말 타기와 활쏘기에만 열중한다. 영조의 간섭이 학대수준에 이른다. 정신질환에 시달리게 되고 살인까지 저지른다. 결국 뒤주에 갇혀 죽음에 이른다. 얼마나 두렵고 비극적인 일인가.

손주들 텔레비전을 시청을 막으니까 싫어한다. 아예 꺼버렸더니 손녀는 징징거리고 손자는 눈을 부릅뜨며 달려든다. 6학년 담임 때다. 출석 부르는데 성적이 우수하고 품행도 바른 아이가 묵묵부답이다. 볼을 꼬집고 무릎을 꿇렸다. 이튿날 좌석이 비었다. 허둥지둥 수업을 마치고 가정방문을 해보니 이불을 뒤집어쓰고 꼼작도 안한다. 어머니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다.

"제 동생은 공부 잘하는데 말썽만 부려요. 선생님한테 꾸중 들었다면서요. 잘 하셨어요. 그래야 정신 차리죠."

일단 한 숨을 내려놓는다. 가정이나 학교가 몰아만 댔으니 얼마나 괴로웠을까. 평생을 교단에 서오면서 비슷한 일을 얼마나 저질렀는지 모른다.

예로부터 '아이들에게 폭언과 폭행은 절대하지 말라했다. 체벌은 육체적 상처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어 뇌 세포가 줄어든다. 면역체계가 약해져 뇌신경세포가 상당부분 사라진다. 목 근육이 굳어지고, 머리가 아프며, 가슴통증, 어지럼증, 소화불량, 복통, 변비, 설사 감기, 천식, 비염, 불면증 등 별의별 질병이 생긴다.

"너 참 어렵겠다, 너무 힘들지, 나랑 같이 할래, 야, 참 잘했다."

격려하고 칭찬해 주어야 한다. 더 참을 걸, 좀 더 기다릴 걸. 아이들이 펑펑 울며 내게로 몰려오는 듯하다. 이번 연말에도 또 사죄를 해야 하겠다.

"애들아 내가 잘못했다, 미안하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