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이른바 중진들의 험지 출마 여부를 놓고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당 지도부의 강권에 해당 중진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갈등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당에서 중진들의 험지 출마론이 제기된 것은 지난달 5일. 친박계 재선인 김태흠 의원(충남 보령·서천)은 영남권과 서울 강남 3구 등의 3선 이상은 전원 용퇴하거나 수도권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며 당의 혁신을 공론화했다. 당시 김 의원은 한국당에 필요한 것은 나를 버려 나라와 당을 구하겠다는 결기와 희생정신이라며 당 대표를 비롯 전·현직 당 지도부와 지도자를 자처하는 인사들도 예외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후 당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인적 쇄신의 요구가 분출했고 당 총선기획단은 지난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 대표를 지냈거나 지도자적 위치에 있었던 큰 정치인은 당과 협의해 전략적 거점지역에 출마해 이번 총선을 이끌어 주실 것을 권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중진들의 험지 출마론을 공론화했다.

당내 유력주자들에 대한 압박은 점차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박완수 사무총장이 시도당위원장 간담회 직후 오찬에서 당내 유력 주자들에게 험지 출마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향후 공천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것이 황교안 대표의 방침을 일부 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경남에서 출마 준비를 하는 홍준표 전 대표(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또는 대구)와 이미 출마를 선언한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당사자들의 반발도 거세지는 모양새다.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 모두 당의 방침을 따를 수 없음을 천명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나는 공천에 목매 말문 닫는 비겁한 부류가 아니다. 24년 이 당에서 정치하면서 당 공천에 단 한 번도 목을 맨 적이 없다"며 "그런 나를 무임승차한 탄핵 잔당 몇 명이 작당해서 공천 배제를 운운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나는 총선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대선을 보고 총선에 나가는 것이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말은 이 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지사 측도 해당 지역 민심으로 공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황 대표도 서울 종로 등 지역구 출마 선언을 통해 과감한 리더십을 보이고 당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김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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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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