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어머니에게 허락을 얻게 되고 슈만은 피아노 교수학으로 정평이 나 있던 프리드리히 비크(Friedrich Wieck, 1785-1873)에게 본격적으로 레슨을 받기 시작한다. 그의 집에 레슨을 받으러 가면서 비크 교수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딸이자 제자인 클라라 비크를 만나게 된다.
슈만이 26살이 되던 1836년, 17살 일류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에게 정식으로 청혼을 하지만 비크 교수는 슈만의 불안정한 생활을 이유로 거절한다. 비크 교수는 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클라라를 1년 반 동안의 독일 순회 연주 여행을 보낸다.
슈만은 깊은 좌절에 빠졌지만 클라라는 굳건히 사랑의 마음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 편지를 보낸다. `나는 연약한 소녀이지만 영혼이 강합니다. 나의 사랑은 변하지 않아요. 나는 아버지에게 앞으로 몇 년 동안 예술에 헌신하겠다고 서약했어요. 앞으로 피아니스트 클라라 비크에 대한 이야기가 들린다면, 내가 오로지 당신만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알아주세요. 그러니까 슈만 당신은 절대 변심하면 안돼요. 낙심하지도 말아 주세요.`
1839년 7월, 결국 슈만과 클라라는 아버지의 동의 없이 결혼할 수 있게 해달라며 법정에서 다투는 지경에 이른다. 그리고 오랫동안의 고투 끝에 1840년에 법원으로부터 결혼을 할 수 있다는 허락을 받고 같은 해 9월, 극적인 결혼을 한다. 시골의 작은 교회에서 조촐한 결혼식을 올리던 날, 슈만이 결혼 선물로 준비한 그랜드피아노 위에 아름다운 꽃과 함께 한권의 가곡집이 놓여 있었다. 표제는 `미르테의 꽃, "Myrthen" Op.25`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가곡집은 괴테, 뤼케르트, 바이런, 번즈, 하이네, 모젠, 무어 등의 시인들의 걸작을 바탕으로 26곡의 가곡을 작곡한 것으로 오로지 클라라를 향한 슈만의 연가곡이자 사랑의 프러포즈였다. 뤼케르트의 시에 곡을 쓴 첫 번째 가곡 `헌정, Widmung Op.25-1`에는 클라라를 향한 슈만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대는 나의 영혼, 나의 심장. 그대는 나의 환희, 나의 고통. 그대는 내가 살아가는 세상. 그대는 나의 천국, 나 그 안에서 날으리. 그대는 나의 괴로움을 영원히 묻어버린 무덤. 그대는 나의 평안, 나의 안식. 그대는 하늘이 내려 주신 선물. 그대의 사랑은 나를 가치 있게 하고, 그대의 시선이 나를 맑게 하네. 그대의 사랑이 나를 높이 들어 올리네. 그대는 나의 선한 영혼이며 보다 나은 내 자신.`
이상철 공연기획자(스펙트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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