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방랑] 김홍희 지음/도서출판 지혜/ 192쪽/ 1만 3000원

전세계를 여행하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세계적인 사진가 김홍희의 신간이 출간됐다. 지금 청춘을 방랑하고 있거나 아득한 청춘을 기억하는 이들을 위한 사진소설 `청춘방랑` 이다.

한 해에도 수많은 나라에 방문하는 그에게 사람들은 "그 많은 여행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냐"고 묻는다. 그러면 김 작가는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사랑에 빠졌던 곳"이라고.

책은 소설의 방식을 띄고 있지만 사실은 김홍희 작가의 성장 이야기이다. 그는 언제나 "사진가란 사상가다. 카메라란 네 사상을 옮기는 연필 같은 도구다. 철학 없이 사진을 찍는 사람은 그저 찍사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인지 책에도 `사진가는 사상가`라는 철학이 배어 있다. 가난과 배고픔과 온갖 고생을 다하면서도 최고의 사진가가 되고자 했던 일본 유학시절의 꿈도 담겨 있다. 스콧 맥켄지의 `샌프란시스코`를 들으며 히피들의 천국 코사무이를 찾아가던 시절도 담겨 있고, `이혼 여행`을 온 젊은 부부와 술을 마시며 `로렐라이`을 부르고 헤어지던 아름답도록 슬픈 장면도 담겨 있다. 동남아 오지를 여행하며 겪었던 추억도 담겨 있고, 그의 어린 시절의 아버지와 어머니와 삼촌에 대한 추억도 담겨 있다.

책에는 23장의 사진도 함께 실려 있다. 이 사진들은 문장을 보완하거나 설명용으로 쓰이고 있지 않은 점이 특색이다. 사진은 사진대로 완벽히 하나의 이미지 소설로 표현된다.

푸르고 짙은 사진들은 방황하는 청춘의 색으로 드러난다.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서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청춘의 면모다. 희망을 찾아 자신을 찾아 떠나는 우리 모두의 한 시절을 표현해 내었다. 이러한 사진들은 부산 시립 미술관의 소장품으로 수납고에 잠자고 있지만 가끔 잠을 깨듯 외국의 미술관에서 순회 전시를 하기도 한다.

텍스트로 읽을 수도 있고 사진으로 느낄 수도 있는 우리 모두의 청순했던 시절의 암울한 기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그 기나난 터널을 벗어나 우리 자신을 만날 수 있다.

김영하 작가는 그가 진행하는 팟 캐스트에서 청춘방랑에 대해 "책을 읽고 나면 여행을 떠나고 싶다기보다 뭔가 센 것과 부딪치고 싶다는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라며 "어디 가서 고생도 아주 진하게 하고, 사랑도 아주 지독하게 하며, 인생 그 자체를 겪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이라고 소개했다.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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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사진작가. 사진=빈운용 기자
김홍희 사진작가. 사진=빈운용 기자

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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