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석 공주대 교수
오형석 공주대 교수
`학교는 감옥이다`라는 주장이 과연 적절한 비판인가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학교건축 관련 연재도 어느 덧 마지막 글이다. 현재 학교시설이 최선이 아닌 건 분명하지만, 감옥에 비견될 정도로 수준이 떨어진다고 보기에는 교육시설 전문가로서 좀 억울한 측면이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의 많은 선진국에도 감옥처럼 보이는 학교가 많고 경제성이나 관리 운영 측면의 장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런 급진적 주장이 일반인들에게는 교육시설을 새롭게 환기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그 의미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학교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점이다. 학교를 기획하는 교육청의 공무원이나 시설을 디자인하는 건축가, 교수학습을 담당하는 교사들 역시 아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전문가라는 기본 원칙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사실 우리 학교시설의 문제는 감옥 같은 구조가 아니라 다양성의 부재에 있다. 서울이나 지방의 학교가 비슷한 기계적 중립성을 벗어나 새롭고 다양한 학교들이 생길 수 있어야 한다.

우리 교육청의 현실을 보면 건축이 아닌 다른 전공을 가진 공무원이 시설 관련 업무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그조차 익숙해질 만하면 2년 뒤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처럼 실무경력이 적정 수준 이상이 되고 적어도 건축사 자격증 정도 있어야 시설 관련 업무를 맡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러니 학교는 단지 학생을 수용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넘어 또 다른 일상의 공간으로 바라보기가 쉽지 않다. 근본적으로 중앙부처에서 학교 예산을 배분하는 시스템에서는 지역 교육감이 창의적인 학교시설에 대한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추가적인 교부금을 받기란 쉽지 않다.

또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 교육감의 소속이 다른 우리 실정에서는 지방 재정의 도움을 얻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일본의 경우는 지자체장 아래에 교육위원회가 구성돼 학교에 대한 기획과 예산을 수립한다.

기관과 주민의 의지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규모, 예산을 가진 학교가 설립될 수 있다. 이러한 학교가 건립되고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게 되면 주변 지자체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게 돼 자연스럽게 다양한 학교들의 설립을 촉진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우리 실정에서 지자체와 교육청을 합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양쪽의 수장이라도 러닝메이트 형식으로 선거에 나와 공동의 교육목표와 새로운 지역학교를 추진하는 공약을 내세운다면 어떨까 감히 상상해본다.

건축설계는 경쟁을 통한 선정 방식과 다양한 정보를 통해 점점 발전하고 있다. 최근의 학교들은 이전의 천편일률적인 모습과 달리 다채로운 다목적의 공간들이 많이 계획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들은 제대로 그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교장이나 교사들은 거의 준공할 때 쯤 발령이 나기 때문에 기획단계에서 참여는 원천적으로 배제돼 있다.

또 실제 이용자인 학생들이나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설계의 의도와 그 공간을 사용할 책임자 간에 괴리로 신축 건물을 교장이나 교사들이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뜯어고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예산의 중복, 공간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정말 학생들을 위한 교육환경을 생각한다면 행정의 편의나 관습을 버려보자. 이해 당사자 간에 서로 토론해 계획을 수립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마을의 중심, 다른 집과 같은 공간으로 진정 우리 아이들을 위한 학교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형석 공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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