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절감 목적 등 무인단말기 설치 확산…편의점, 마트 주차장에도 등장

10일 대전 서구의 한 대형마트에 설치된 주차장 무인정산기 모습. 이날 기기 고령의 고객들은 정산기 사용에 미숙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천재상 기자
10일 대전 서구의 한 대형마트에 설치된 주차장 무인정산기 모습. 이날 기기 고령의 고객들은 정산기 사용에 미숙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천재상 기자
10일 오후 12시 30분쯤 대전 유성구의 한 패스트푸트점. 매장 문을 열고 들어가니 3대의 키오스크(KIOSK, 무인단말기)가 눈에 들어왔다. 무인단말기 앞에는 각 기기마다 3-4명의 고객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부 고객들은 무인단말기 사용이 익숙한 듯 1분 안팎으로 주문을 완료했지만,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노인 고객은 주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무인단말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듯 메뉴 선택과 취소를 반복했고,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주문에 오랜 시간이 걸리자, 노인 고객 뒤에 줄을 서있던 한 청년은 투덜대며 노인을 밀치듯 옆의 기기로 줄을 옮겼다.

상황은 인근의 다른 패스트푸드점도 비슷했다. 이 곳은 무인단말기 옆에 `주문하는 곳`이라는 표시를 붙여 놓고 카운터에는 주문을 받는 상주 직원을 두지 않았다.

한 노인 고객이 주문을 하기 위해 카운터 앞에 섰지만, 주방 안쪽에서 일하던 직원이 알아채지 못 해 3분 가량 기다려야 했다. 이에 고객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고객 곽운영(68)씨는 "우리 같은 노인들은 무인단말기 사용이 너무 어렵다.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할 지도 모르겠고, 무인단말기 앞에 서면 막막하다"며 "종종 가는 카페도 얼마 전에 생겼다. 그럴 때마다 `노인 전용` 무인단말기가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찾은 서구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지난 8월 주차장 출구에 설치된 무인정산기 때문이었다. 한 노인 운전자는 영수증 인증과 차량번호 입력 등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는 곧 차량정체로 이어졌다. 마트 곳곳에 주차장 무인정산기가 설치돼 있지만, 사용법을 잘 모르는 고객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이날 마트를 방문한 박모씨는 "무인단말기 사용이 어려워 옆 사람의 도움으로 겨우 해결했다. 사용법이 생소해 한참이나 주차장 차단기 앞에서 멈춰 있었던 적도 있다"며 "예전에는 출차 차단기가 올라가지 않아 흐름을 막아 애를 먹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무인단말기 보급이 지역 유통가로 확대되면서 기기 사용 미숙에 따른 고객 간 마찰 등 웃지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각종 매장에서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앞다퉈 무인단말기를 설치하고 있지만, 전 연령층의 고객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탓에 개선점이 요구된다.

키오스크업체에 따르면 무인단말기 등 주문 통합 관리 시스템을 설치 시 1대 당 300만-400만 원의 비용 절감효과를 볼 수 있다. 인건비로 환산 시 1대 당 직원 1-2명의 몫을 충당할 수 있는 셈이다. 인건비 절감에 유리한 탓에 프랜차이즈업계는 신규 점포 개장시 필수로 무인단말기를 설치 중이다. 맥도날드는 전국 전체 매장의 60%가, KFC는 90% 이상이 무인단말기를 설치한 상황이다.

한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무인단말기를 설치하면 인건비를 줄이는 동시에 주문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다만 기기사용에 미숙한 고령자의 경우 카운터에서 주문할 수 있어 문제가 없고, 그 외 어려움이 있는 경우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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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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