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을 둘러싼 `대치`가 엄포성 강경 발언에서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북한이 미국에 새 계산법을 요구하며 도발성 발언을 하자 미국도 `군사력 사용`을 언급하는 등 긴장이 고조됐다. 지난 8일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밝히자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전격 요청했다. 유엔 안보리는 현지시간 11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과 같은 도발 확대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한 공개회의를 열기로 했다. 미국이 그동안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문제 삼지 않던 태도에서 벗어나 실력행사에 돌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이 북한 관련 안보리 소집을 요청한 것은 지난 2017년 12월 화성-15형 발사에 대응한 제재 결의를 채택한 이후 2년 만이다. 비핵화 협상이 시작된 이후 미국은 유엔차원의 북한 관련 논의에 미온적으로 대응해왔던 게 사실이다. 북한을 자극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이번 안보리 소집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군사력 사용을 포함한 추가 제재를 하겠다는 경고라고 할 수 있다. 당초 세계인권선언의 날을 맞아 10일 북한 인권 논의를 위한 안보리 회의가 예정됐었지만 미국의 요청으로 날짜를 하루 늦추고 인권대신 미사일 논의를 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미국이 북한 인권보다는 도발 가능성에 더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북미 간의 대치가 기 싸움이나 말 폭탄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고에도 북한은 `연말이 지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 대북 제재완화 등의 조치가 없다면 ICBM 발사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럴 경우 그간의 비핵화 협상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다시 일촉즉발의 2년 전 위기상황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나 미국에게 결코 도움 되는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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