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육상 대전센텀병원 원장
권육상 대전센텀병원 원장
필자는 오늘도 원고 마감일에 처해 있다. 원고 마감은 항상 마음속에 묵직한 돌덩이를 올려놓고는 한다. 항상 이 무거운 돌덩이를 일찍 해치워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 뿐 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원인을 타고난 나태함과 게으름 덕분일 것이라 믿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나태하고 게으른 사람인 것인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혼동해서 쓰고 있는 단어가 있다. 바로 `낙천적인`과 `낙관적인`이라는 두 단어이다. 영어사전에서도 optimist를 낙천주의자와 낙관주의자로 혼용해서 쓰여지는 실정이다.

이 두 단어의 해석에 대해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의 의견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낙천적이라는 말의 뜻은 `세상과 인생을 즐겁고 좋은 것으로 여기는 또는 그런 것`으로 정의돼 있다.

반면 낙관이라는 말은 `인생이나 사물을 밝고 희망적인 것으로 보는 또는 그런 것` 혹은 `앞으로의 일 따위가 잘되어 갈 것으로 여기는 또는 그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의미의 차이가 미묘하지만 분명하다. 낙천적이라는 말은 어떤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에 관해 말할 때 쓰는 표현이고 낙관적이라는 말은 그 사람이 이 사안이나 일을 어떤 관점으로 보는가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낙천적인 사람은 모든 상황과 그로 인한 결과의 중요성에 대해 근거 없는 막연한 행복한 자세를 취하는 사람이다. 모든 일은 잘 돌아가게 될 것이며, 불현듯 발생할 수 있는 변수는 고려하지 않는다.

이 단어는 마치 게으른 사람이라는 뉘앙스를 포함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낙관적인 사람은 절대로 마음이 편하지 않다. 보통의 사람들은 상황의 변화와 결과의 불확실성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며, 이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면 일을 포기하거나 극복하는 방법을 찾게 된다.

낙관주의자들은 이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추구한 이후에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낙관주의자들은 전략적으로 낙천주의를 배제한다. 김경일 교수는 낙천적인 사람을 배제하고 낙관적인 사람을 중용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애덤 그랜트는 그의 저서 `오지지널스`에서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 미완성 효과)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러시아의 심리학자 블루마 자이가르닉은 사람들은 완성된 작업보다 미완성 작업에 대해 더 잘 기억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작업이 마무리되면 더 이상 그 작업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이 중단 될 경우 그 일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 맴돈다. 그러다가 잠재의식 속에서 뭔가가 떠오르게 된다.

독창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은 미완성 효과의 덕을 많이 본다. 오히려 그들은 결과물의 도출을 미뤄 보다 현명하고 설득력 있는 대책을 강구하게 되며, 그 결과물을 공표하거나 수행해야 할 적당한 시점까지도 얻어낸다는 것이다.

그들의 머리 속에는 반드시 이뤄 내야 할 과제들이 산재해 있다. 항상 그 대책 마련에 심도 있는 고민을 하고 있으며, 이 고민들은 때때로 일어날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을 담보하게 된다.

결국 일어나야만 할 결과물이 도출되면 비로소 행동에 옮긴다. 전략적 낙관주의자들의 머리에는 항상 비극적 결말의 충격에 대한 두려움의 극복방법으로 가득 차 있으며(방어적 비관주의), 이것 들이 해결됐을 때 느긋하게 기다리는 즐거움을 알고 있는 것이다. 나태하고 게으른 나는 오늘도 원고를 10분 만에 끝내 버렸다.

권육상 대전센텀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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