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 간 비핵화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협상 부진에 대한 책임 소재를 놓고 거친 언사가 오가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북한이 미국에 새 계산법을 내놓으라고 한 `연말시한`을 목전에 두고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미 국 대통령은 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면서도 `원하지는 않지만 필요하다면 북한에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앞서 미국의 태도변화가 없을 경우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나설 수 있다고 언급한 뒤에 나온 강경 반응이다. 기 싸움을 위한 엄포성 발언으로 보이지만 협상의 판 자체가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트럼프가 `군사력`이란 단어까지 쓴 것은 북한을 겨냥한 강력한 경고다. 앞서 북한은 외무성 담화를 통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할지는 미국에 달렸다`고 경고했다. 북한은 2017년 7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미국 독립기념일 선물`이라고 한 적이 있다. 북한의 미국에 대한 압박은 이것만이 아니다. 지난달 28일 김 위원장이 초대형 방사포 사격을 참관한데 이어 지난 2일엔 `중대 결단`을 내리기 전마다 찾은 백두산 삼지연군을 방문하기도 했다. 북한의 강경 행보에 맞서 미국도 대북 감시 강화에 나섰다. 한반도 상공에 정찰기를 띄우고 잠수함 탐지용 해상초계기도 동원했다.

북미 간 말 싸움이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맞선 미국의 경고장에 그치길 바란다. 자칫 감정싸움으로 이어졌다간 2년 전 비핵화 협상을 시작하기 이전의 극한 대치 상황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동안 북미가 쌓아 온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가 "기대했던 만큼의 진전을 아직 이루지는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를 자극하는 감정적 대응보다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돌파구를 찾도록 해야 한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