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요즘 그동안 써온 일부 시자산 이름을 교체하는 `개명 행정`에 열을 올리고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새 슬로건 선정을 위한 시민 투표가 어제부터 시작됐는가 하면, 시청사 남북 축 중심으로 뻗는 둔산 센트럴파크도 명칭 변경을 위한 행정절차를 밟기로 한 모양이다. 도시 슬로건이든 공원명이든 새 이름을 지어줘 그만한 실익이 기대된다면 손질할 수는 있는 노릇이다. 다만 그 결과에 대해선 예단하기 어렵다. 또 개명에 따른 파생효과를 계량화하는 일도 까다롭다.

먼저 도시 슬로건의 경우 시민참여형 투표를 통해 열흘간 진행된다. 투표 대상은 20건으로 추려져 이중 1순위 득표 작이 나오는 구조다. 새로 채택될 명칭이 얼마나 신선하고 신박할 지 여부는 두고 볼 일이지만 후보작 면면을 보면 `이츠 대전`을 압도할 수 있을 지 의문부호가 따른다. 죄다 영어식 표기법을 차용하고 있는 데다 개중에는 문법적으로 의아한 어순조합도 눈에 띈다는 지적이다. 최종 도시슬로건 후보를 확정한 후 디자인, 글꼴 등을 배합하기에 따라 시각적 전달 효과가 개선될 수는 있다. 타 시·도 슬로건들도 비슷한 딜레마를 겪었다. 둔산 센트럴파크에 다른 이름을 지어주는 일도 본질은 다르지 않을 듯하다. 이 명칭은 고유명사이기 보다 보통명사에 가깝고 뉴욕 센트럴파크 본뜨기라는 느낌도 준다. 오피스텔 빌딩 등에 흔히 쓰는 이름이기도 하다. 그런 사정 등을 감안해 다른 명칭을 찾는다고 해도 대체 명칭을 떠올리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대전의 최고 슬로건은 대전이다. 대전의 전국 경쟁력이 빠르게 증대되면 이미 그 자체가 브랜드 파워가 되며, 꾸밈말이나 후속 어구는 장치일 뿐이다. 둔산 센트럴파크도 이름 등 외양 못지않게 복합 휴식·힐링 공간으로서의 만족도 가치가 중요하다고 본다. 간판이 내용을 규정하지 못하는 이치다. 그래서 너무 수선을 피워가며 일을 진행하면 거북해 보이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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