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활성화 한계' 지적에도 범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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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지역 자치단체들이 앞 다퉈 지역화폐 발행에 뛰어들면서 각종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유통량 대비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과 광역·기초지자체 간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21일 대전시 등에 따르면 대덕구가 지역 최초로 자체 지역화폐를 내놓은 데 이어 시가 내년 7월을 목표로 발행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동구도 최근 지역화폐 도입을 위한 내부검토에 들어갔다. 대덕구는 지난 7월 `대덕e로움`을 50억 원 규모로 발행했다.

구는 1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지역화폐를 만들었고 발행과 동시에 인기를 끌면서 규모를 키우고 있다.

올해 발행 목표액을 50억 원에서 100억 원, 다시 150억 원으로 늘렸다. 내년 발행규모는 300억 원으로 올려 잡았다.

후발주자인 시는 지난 8월부터 지역화폐 도입 논의를 본격화했다. 최근에는 내년 7월을 목표로 2500억 원 규모의 지역화폐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원도심 상권이 몰려있는 동구는 최근 담당부서를 중심으로 지역화폐 도입을 검토 중이다.

구 관계자는 "대덕구를 포함해 전국 지자체가 내놓은 지역화폐의 장·단점을 살펴보고 있다"며 "내부 검토 단계로 발행 규모·시기 등은 아직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역화폐는 지역 내에서만 유통 가능한 화폐로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을 막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을 벗어나서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화폐 편의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역 자치구의 한 관계자는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단점과 특정 자치구를 벗어나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게 도입을 망설이는 이유"라며 "지역 경제활성화라는 순기능보다 제한적인 사용범위 등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자치구 관계자도 "편리함과 확장성이 중요한데 기초 지자체가 발행하는 지역화폐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의견을 같이 했다.

이런 분위기는 정부의 관련 정책에서도 엿볼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기초지자체에 4%의 예산을 지원했지만 2021년부터는 광역시 기초단체엔 예산을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기초지자체의 경우 2021년부터는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지역화폐를 운용하는 대덕구 관계자는 "올해 발행액이 계속 늘어난 점을 보면 지역 화폐 활성화 기능이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발행 주체에 따른 자치구 간 `경제 쏠림` 가속화도 지역화폐를 둘러싼 걱정거리 중 하나다.

기초지자체인 대덕구가 지역화폐를 발행·유통하는 상황에서 시가 광역단위 화폐 도입을 추진하면서 지역 소비경제의 왜곡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지역 인구·경제의 `동서격차`가 뚜렷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시가 추진하는 지역화폐는 지난 9월 시의회에서 관련 조례안 처리가 유보됐다. 이와 관련해 시는 기존 지역화폐와의 상생 방안을 고민 중이다.

시 관계자는 "보류된 조례안을 다음 달 예정된 본회의에 재상정할 수 있도록 갈등 해소를 위한 절충안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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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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