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은 고교생 대상 프로그램인 장학퀴즈에 자체개발한 인공지능(AI)을 출전시켜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우승한 바 있다. 바로 `엑소브레인`이다. 물론 같은 해 3월 초에 치러진 알파고와 이세돌 간 바둑대결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을 폭발적으로 견인한 사례로 알려져 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뒤 엑소브레인은 이제 퀴즈만 잘 풀던 인공지능이 아니다. 인공지능 비서, 자연어 질의응답, 지능형 검색, 빅데이터 분석 등 한국어를 활용해 본격 인공지능 서비스에 앞서 나서고 있다. 연구진은 생활에 꼭 필요한 일반상식과 법령지식과 관련된 심층 질의응답 기술을 개발해냈다. 이로써 인공지능이 우리 생활 속 깊숙이 들어오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가 많이 쓰고 있는 한글 오피스에도 엑소브레인 기술이 탑재됐다. 한컴 2020 버전으로 지난달 출시됐다. 한글을 사용하다가 모르는 단어나 궁금한 키워드가 나오게 되면 지식검색까지도 가능하게 된 셈이다. 물론 이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선 한글의 `오피스톡`에 회원 가입을 해야 한다. 이후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사용할 수 있다. 한글의 도구 기능에서 오피스톡을 선택, 우물정(#) 키를 입력해 질문을 던지면 별도로 포털을 이용해 검색할 필요 없이 즉각 화면 우측을 통해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 한글 작업시 편의성이 증폭된다. 기존에 사용자는 정보검색을 위해 포털에서 별도로 찾아야 했기에 시간이 많이 소요됐는데, 엑소브레인이 한글에 탑재됨에 따라 원하는 정보를 편리하고 빠르게 찾을 수 있어 문서작성의 생산성과 효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글과컴퓨터사는 일반상식 분야 문제를 대상으로 엑소브레인과 구글 지식그래프 검색을 비교한 결과, 엑소브레인이 최대 10% 이상 높은 성능을 보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법령질의 응답도 가능하게 됐다. 예컨대 `타인의 물건을 동의없이 절취할 경우 성립되는 절도죄의 형벌은?`이라고 질문을 하게 되면, 인공지능은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이라고 명쾌하게 답해준다. 법률과 같은 고난이도 서술형 질의에도 답변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마치 인공지능을 통해 변호사 서비스를 받게 되는 것과 같다. 이 기술은 국회 도서관에 먼저 들어가게 됐다. 국회에서 의원의 입법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도 이 기술 활용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법무자문서비스를 통해 연구원의 연구개발과 관련된 법무서비스로 많은 활약이 예상된다.

엑소브레인은 이외에도 국내서 사용되고 있는 외국산 인공지능 솔루션의 시장 잠식을 막는 데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연구진은 앞으로 말로 하면 음성으로 대답해 주는 질의응답 기술 개발에 나선다고 한다. 이로써 사용자와 더욱더 밀접하게 소통할 수 있는 진정한 `지식 아바타`로 우리 곁에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이 이제 우리와 가까이서 도와주는 기술로 거듭나며 AI강국, 대한민국을 견인할 것이다.

정길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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