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집단으로 암이 발병한 전북 익산의 장점마을만큼이나 위험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장점마을은 정부가 질병 발생의 인과성을 확인한 첫 사례로 18년 동안 전체 주민 99명 중 무려 22명이 암에 걸려 14명이 사망했다. 마을 인근 비료공장에서 담뱃잎 찌꺼기(연초박)를 불법 처리하면서 암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이 나와 주민들의 건강에 영향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보령화력 인근 마을 2곳에서도 25명이 암으로 사망했다는 주장이 나와 장점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암과 중증질환을 일으킨 것은 화력발전의 연료로 사용하는 석탄의 비산먼지와 석탄회가 원인으로 추정된다. 환경을 더 나쁘게 만든 것은 회처리장을 당초보다 더 높여 건설하면서 마을이 분지로 변해 온통 석탄가루와 석탄재로 뒤덮이게 한 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발전소 측은 연간 300만 톤의 석탄을 선박으로 이송할 계획이어서 비산먼지 피해를 키울 우려가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그나마 피해를 줄이려면 마을을 죽음의 공포로 물아 넣는 회처리장을 원상회복하고 석탄 이송 계획을 당장 철회하는 게 순리다. 환경당국도 쾌적한 환경은 고사하고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주민의 당연한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한다. 암 등 질병으로 주민 40% 정도가 신음하고 있다면 방치할 일이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제대로 된 조사가 필요하다. 정확한 실태조사와 피해 방지를 위한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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