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대학유치가 지지부진한 모양이다. 시가 출범한 지 7년째이지만 대학을 세종으로 옮기겠다고 확정한 곳이 아직까지 한 곳도 없다고 하니 대학유치 전략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그나마 오겠다던 대학도 설립 승인을 받지 못해 물 건너 가 세종 대학유치가 속 빈 강정이란 소리를 듣는다.

지금까지 세종 유치를 희망한 대학과 합의각서(MOA)를 체결한 곳은 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과 아일랜드 `트리니티 대학`, `KAIST융합의과학원`, `충남대 의대` 등 4개 정도다. 성악가 조수미를 비롯해 세계적인 음악 거장을 배출한 체칠리아 음악원은 교육부의 대학설립 심사에서 2번씩이나 탈락해 사실상 유치에 실패했다. 음악원 건물과 4년간 4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건물이 음악원으로 쓰기에 부적합한 데다 4년 후 철수할 가능성까지 높아 번번이 심사에서 탈락했다. 그런데도 행복청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유치에 공을 들여 안타깝기 그지없다. 트리니티 대학도 본교 이사회에서 분교 승인을 얻지 못해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 대학의 경우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한다. 체칠리아 음악원처럼 신축 건물을 원하는 서울대 행정대학원의 경우 내년 정부 예산안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지방대학들이 세종 이전과 분교 설치 등을 타진하는 모양인데 행복청과 세종시가 이들 대학 유치엔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어 비난을 받고 있다. 수도권 대학 정도는 돼야 살아남는다는 인식도 그렇지만 안이한 대처로 세종행이 아닌 수도권 선호 경향을 허투루 볼 일은 아니다.

대학유치 성과가 미흡한 건 대학의 재정 여건 등으로 개별 대학의 독자적인 입주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행복도시 내 공동캠퍼스 조성은 매우 바람직하다는 게 중론이다. 도시경쟁력은 대학의 존재 유무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세종의 대학 유치전략을 다시 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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