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 좌불안석 속 무분별 퇴진 요구에 경계심도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세연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이 민주당과 한국당의 인적 쇄신바람을 부채질하는 모습이다.

임 전 실장의 경우 문재인 청와대의 초대 비서실장이라는 상징성에다 86세대 대표적 정치인으로 당내 위상이 확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의원은 부산에서 내리 3선을 기록하면서 한국당을 대표할 차차기 주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지목되는 등 순탄한 정치 력을 쌓아왔다.

두 사람 모두 전도가 양양한 정치인으로 주목 받았기에 갑작스러운 불출마 선언은 당장 민주당과 한국당의 중진들에 대한 용퇴 압박 논란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민주당은 일단 임 전 실장의 불출마 선언에 공식적인 반응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총선을 앞두고 다선·중진 의원들의 용퇴 등 인적 쇄신을 촉발하지 않겠느냐고 관측을 내놓고 있다. 좌불안석인 중진들 사이에서는 자칫 무분별한 퇴진 요구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경계심과 조바심도 배어나고 있다. 이날만 해도 당 안팎에서는 수도권 누구누구가 불출마한다는 `카더라 통신`이 돌아다녔다.

이와 관련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임 실장의 불출마와 관해서는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이상으로는 알지 못한다"며 "개개인의 거취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우리 정치의 가치나 노선, 구조와 문화를 어떻게 혁신하고 바꿀 거냐에 대한 지혜를 모으는 차원에서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세대교체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이 다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밝혀 획일적 기준이 제기되고 있는데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86세대 대표 정치인 중 한 사람인 우상호 의원도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우리가 무슨 자리를 놓고 정치 기득권화돼 있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약간 모욕감 같은 것을 느낀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한국당은 비주류 소장파와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인적 쇄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김태흠 의원 등이 쏘아 올린 `영남, 서울 강남 3구 3선 이상 중진 용퇴론`에 기름을 붓는 양상이다.

서울(양천을)에서 3선을 기록한 지낸 김용태 의원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저는 지역구를 이미 내놓은 상태지만, 더 험지로 가라고 하면 험지로 가고, 중진들 다 물러나라고 하면 깨끗하게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세연 의원의 고뇌에 찬 결단에 대해서 한국당이 제대로 응답을 하지 못하며 국민들의 더 거센 비판과 함께 존재 이유를 엄중하게 추궁하는 일이 벌어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당 지도부도 기득권을 내려놓고 쇄신을 완수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김세연 의원은 이날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필두로 한 전 의원 불출마 선언을 재차 촉구했다. 서울=김시헌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시헌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