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성악가
박영선 성악가
수능시즌이다. 이즈음에 생각나는 두 학생이 있다. 한 학생은 수능 후 찍은 문제가 너무 많이 맞았다며 붕붕 떠 있었던 반면 다른 학생은 실수로 몇 개를 틀렸다고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한 달 뒤 성적 발표가 났을 때 나는 "허허허"하고 크게 웃었다. 잘 찍었다던 제자는 여전히 7등급, 늘 성실히 열심히 하던 모범생 제자는 늘 하던 수준대로 1등급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실기 시험보고 나오면서 너무 잘 봤다는 제자는 곧 잘 떨어지고, 울고 불고 평소에 하던만큼 최상의 실력은 아니었다고 토로하는 제자는 수석을 차지하거나 명문대에 합격하는 경우가 흔했다. 이 모든 것에는 `자기노력에 비해서` 라는 단서가 붙기 때문이다.

충분한 연습과 준비는 절대 배신하지 않았다. 자기편차는 어떤 경우에서도 심하게 차이나지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것과 모든 결과는 정확히 과정의 누적점수라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된다. 젊었을 적 만날 때마다 술이 세다며 자주 술을 마시던 사람은 10년 뒤 과음으로 인한 깊은 병을 얻게 된 것도 봤다.

또 다른 신앙심 깊은 친구가 비유적 표현을 전해줬다. "기도도 한 바구니가 차야지만 천사가 그 바구니를 하나님께 갖다 준다"며...

요즘 다양한 분야에서 `4000시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윌 멕어스컬 옥스퍼드 대학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평생 일할 시간이 8만 시간 정도 되는데 내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인생을 살지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하는 시간으로, 8만 시간의 5%인 4000시간을 써야한다"고.

4000시간은 공휴일과 두 달의 방학을 제외하고 매일 하루 8시간씩 꼬박 2년을

성실히 해야 완성되는 시간이다. 어떤 콩쿠르에서든 심사위원들은 알고 있다. 참가자가 반복연습을 백 번 했는지, 천 번 했는지를.

어떤 변화를 만들려면 임계량을 채워야 하며, 자기주도학습효과도 4000시간이 채워져야 터득이 온다고 한다. 반복이란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다. 음악 뿐만 아니라 공부에서도 이를 여러 번 경험했다. 어떤 일을 반복해서 거듭하면 재능에 버금가는 제2의 천성이 된다고도 한다. 좋은 습관이든 나쁜 습관이든 누적의 심판은 받게돼 있는 것 같다.

수능처럼 우리의 인생도.

박영선 성악가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