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9번 귀 인식표를 단 암소] 캐스린 길레스피 지음 / 윤승희 옮김 / 생각의길 / 368쪽/ 1만 8000원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간은 이들 종에 대해서는 생명권 등 다양한 권리를 부여했고, 그 권리는 나날이 확장되고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권리가 나날이 확장되는 것과 달리 한편으로는 어두운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다. 바로 반려동물보다도 우리 일상에 더 깊게 얽혀 있는 동물인 소, 돼지, 닭과 같이 고기로 키워지는 동물이다.

동물도축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이중사고가 흔하게 발생하는 지점이다. 성인이라면 대부분 잠깐만 생각해봐도 고기가 죽은 동물에서 나오고 동물들은 그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죽임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죽인다는 것은 당연히 살아있는 동물에 대한 폭력과 기본 권리의 침해를 동반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 폭력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 것에 능숙한 전문가들이다. 어떤 사람들은 고기가 어디서 생기는지 기억하는 것 자체를 감쪽같이 잊거나, 상품으로 고기를 준비하고 생산하는데 따르는 고통에 대한 더 깊은 사유를 뒤로 미룬다.

비판적동물연구학자이자 채식주의자인 작가 캐스린 길레스피는 농장, 경매장, 도축장을 직접 탐방하며 기록한 이 고발적 르포르타주를 통해 우리가 매일 먹는 고기가 어떤 폭력의 산물인지 낱낱이 밝힌다.

심지어 고기를 먹지 않아도 우유, 달걀 등 비육류 동물성 식품의 생산 과정에서도 필연적으로 동물들은 고통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예를 들어 소가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끊임없이 임신을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어린 송아지를 어미로부터 강제로 떼어놓아야 한다. 닭 역시 효율적인 달걀 생산을 위해 의도적으로 품종 계량을 거쳐 하루에 한 번씩 알을 낳는, 자연 상태에서라면 있을 수 없는 비정상적인 몸으로 진화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모든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그렇게 진짜로 잊어버린다.

작가 캐스린 길레스피는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그렇게 외면하고 싶었던 불편한 진실을 우리의 눈앞에 정면으로 들이민다. 그리고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사육되는 수백, 수천만 마리 동물들의 삶을 생생하게 들여다보고 모든 동물들이 상품이 아닌 한 생명으로서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묻는다.

작가는 친절하게도 모든 동물의 생명이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이 책에 써 놓았다. 책에서 언급한 다양한 방법들을 깊이 고민해 본다면 경제 논리에서 벗어나 하나의 온전한 생명으로 동물등을 새롭게 인식하고, 인간과 동물의 상생의 길을 열 수 있지 않을까.정성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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