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육상 대전센텀병원 원장
권육상 대전센텀병원 원장
규모의 경제라는 말을 많이 접해봤을 것이다. 이 말은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춰야 손익 분기점을 넘기고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으므로 최소한의 규모를 갖추어야 경쟁력이 생긴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우리나라는 국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거대 재벌 기업 위주의 정책을 펼쳐왔다. 그 결과 규모의 경제를 완성한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중소기업이 일어서기 힘든 환경이 됐다.

이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많이 바뀌어 가고 있는 듯하다. 필자의 주변에는 많은 벤처 사업 혹은 중소 기업체를 보란 듯이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바꿔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조그마한 개인 기업, 혹은 개인 연구소에서 출발한 작은 업체들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이겨내고, 심지어는 다국적 기업들과 동일 선상에서 경쟁을 하거나 고부가가치를 인정받아 그들과의 기업 합병에 이르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가 있다.

이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그런 경지에 까지 올라 갈 수 있었을까. 고대 팔레스타인의 중심부 엘라(Elah)에는 유서 깊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스라엘 왕국이 막 세워지고 나서 크레타 섬에서 팔레스타인 해안가로 이주해 온 블레셋 사람들은 기원전 11세기경 동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블레셋 군대와 이스라엘의 사울 왕의 군대는 엘라에서 맞서게 된다. 협곡을 두고 마주한 두 군대는 교착상태에 빠지게 되고 결국 블레셋의 군대는 가장 뛰어난 전사를 협곡으로 내려 보내게 된다.

키가 2미터가 넘고 던지고 찌르는 두개의 창과 청동 투구를 쓰고 전신 갑옷을 두른 그는 심지어 방패를 들어주는 보조병까지 이끌고 내려왔다.

이 무시무시한 전사 앞에 베들레헴에서 온 양치기 소년이 자원해서 언덕을 뛰어 내려갔다. 그 소년은 매끄러운 돌 다섯 개를 가방에 넣고 가서 가죽 투석 주머니에 넣고 무릿매질로 상대편 거인의 머리에 맞추고, 기절해 쓰러진 거인에게 달려가 그의 칼을 빼앗아 그의 목을 베어냈다.

거인은 골리앗이요, 양치기 소년의 이름은 다윗이었다. 골리앗은 인류형태학적 분석에 의하면 거인증(Giantism)이었다고 한다.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기면 성장호르몬의 과다분비를 유발하게 되고 이는 거인증과 말단 비대증을 유발하며, 과성장한 종양 자체로 인해 시신경 압박에 의한 시야 장애를 유발하게 된다.

거인증 환자에서는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해 급사할 확률도 높아지며, 말단 비대증의 심화로 나이가 먹어 가면서 순발력이 저하되는 경향을 보인다.

골리앗은 이미 시야에 문제가 있었으며 위험을 알아차려도 신속하게 피할 수 있는 민첩성에 문제가 있었다.

반면 양치기 소년은 항상 늑대의 위협 속에서 양들을 보호해야 했고 이 소년은 맹수들을 물리치기 위해 돌팔매, 돌 물매질에 너무나도 잘 훈련이 돼있었다.

다윗은 골리앗의 방법이 아닌 자신만의 전투방법으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다윗은 싸움의 판을 자기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바꾸었다는데 승리의 비결이 있는 것이다.

이제 막 기업을 일으킨 사람, 자기만의 사업을 시작한 사회 초년생, 우리 주변에 평범한 자영업을 하는 분들, 대기업이 만들어 놓은 그들의 리그와 싸움터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가.

약점의 유리함을 이용하고 강점의 불리함을 찾아내서 자기만의 싸움의 방정식으로 싸워야 하지 않을까.

말콤 글래드웰은 그의 저서 `다윗과 골리앗`에서 우리네 보통 사람들 즉, 약자들이 승리할 수 있는 방정식과 또한 약자들이 승리한 이후에 빠지게 될 수 있는 함정에 대해 재미있게 풀어 놓았다.

독자들도 그의 말에 귀 기울여 보면 깊어가는 이 가을이 더욱 보람되리라 생각된다.

권육상 대전센텀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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