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향토기업 상품 이용하자 ⑩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지난 10월 대전 유성구 도룡동에서 문을 연 VIP고객 전용 오프라인 플랫폼 `메종 갤러리아`의 전경. 사진=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제공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지난 10월 대전 유성구 도룡동에서 문을 연 VIP고객 전용 오프라인 플랫폼 `메종 갤러리아`의 전경. 사진=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제공
1990년대 대전은 덩치 큰 유통자본들의 각축장이었다. 초고속 압축성장의 과실을 향유한 개발연대를 거쳐 1989년 1월 1일 인구 100만의 `직할시`로 승격했고 대전엑스포 개최, 정부종합청사 이전 등 호재가 잇따랐다. 인구 유입과 도시 발전의 기대감은 유통업 촉진의 매개체다. 백화점이 일찌감치 진을 쳤고 대형마트가 속속 들어서 영토 확장 경쟁을 벌였다. 빅뱅의 진원지는 예상 밖이었다. 대전·충청권 유통산업을 주름 잡은 20년 지역의 맹주 `동양백화점`이 한순간 몰락한 것이다. 무리한 투자가 화근을 불렀다. 미증유의 IMF 외환위기로 숱한 향토기업 퇴출을 지켜본 지역사회는 깊은 상실감과 위기감에 빠졌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2019년 현재 지역 유통업계는 다시 사활을 걸어야 할 대전(大戰)을 앞두고 있다. 2020년, 2021년 각각 문을 여는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과 신세계 사이언스콤플렉스가 그 상대다. 롯데와 함께 국내 백화점 `빅3`로 불리는 유통공룡들이다. 대전에 연고를 두고, 동양백화점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40년 동안 지역 대표 백화점으로 성장해온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물러설 수 없는 싸움에 직면했다.

◇지역의 자존심 `동백` 개점=1980년 11월 24일자 대전일보 8면 하단에는 `동양백화점 11월 27일 개점` 광고가 실렸다. 개점 사흘을 앞두고 게재된 이 광고는 백화점 전경 사진과 함께 "새 시대의 새로운 동양백화점은 국내 최대의 규모와 최신시설을 갖추고 여러분을 모십니다"라며 개관을 알리고 있다. "일일이 찾아뵈옵고 인사와 초대를 함께해야 저의 도리입니다만 지면과 TV화면을 통하여 초청하게됨을 용서바라오며 공사간 다망하시더라도 부디 참석하시어 동양백화점을 빛내주시고 아낌없는 성원과 가르침을 베풀어 주시면 감사하겠읍니다. 2층 동양휴게실과 3층에는 전시장과 여러분이 부담없이 쉬어 갈 수 있는 휴게실을 `동석`이라 이름하여 여러분을 모실 준비를 하고 정다운 속삭임과 예술을 함께 창출할 수 있는 약속장소로 여러분을 모실 것입니다"라는 초대문구가 눈에 띈다.

개점 당일인 11월 27일자 지면(6면)에는 `동양백화점 오늘 개점`이라는 제목의 짤막한 기사가 실렸다. 이병내 대전시장(21대)과 송덕영 대전상공회의소 회장(9-10대) 등 각급 기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점식을 했고 730평 대지 위에 공사비 40억 원을 들여 지하 4층, 지상 12층, 연건평 7000평으로 이 지방 최대규모를 자랑한다고 써있다.

1979년 합자회사인 국종기업사와 국종산업사의 합병을 통한 동양흥업에 뿌리를 둔 향토 유통기업 동양백화점의 시작이었다. 동양백화점은 이후 지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으며 개점 10년 만인 1992년 연간 매출액 1000억 원을 돌파했고 여세를 몰아 1994년엔 둔산타임월드점의 첫 삽을 떴다. 이듬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중앙데파트에선 동양패션몰이 문을 여는가 하면 2년 뒤인 1996년 주식 상장의 기염을 토했다. 1997년 9월, 착공 3년 만에 둔산타임월드점이 문을 열면서 동양백화점은 직영사원 1000여 명에 2430억 원에 달하는 매출액으로 뛰어올라 서울을 제외한 지방 1위 백화점으로 우뚝 섰다.

◇성장일로에서 충격의 매각=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둔산타임월드점 개점은 동양백화점의 빛나는 역사의 정점이자 매각으로 치닫는 오욕의 세월의 출발점이었다. 대전일보사는 1999년 11월 20일치 1면 머릿기사로 `동양백화점 매각 확정`을 전진 배치했다. 같은날 경제면(6면)은 `토착기업 잠식 지역경제 흔들` 톱기사에 더해 매각 배경과 시민 반응, 설립에서 매각까지 역사 등을 집중 편집하며 지면 대부분을 할애했다. `동백 인수 이후의 과제`라는 사설까지 내보냈다. 향토 유통기업으로서 서울지역 유수의 백화점과 어깨를 나란히 한 동양백화점 매각 소식을 지역사회가 그만큼 큰 충격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탄탄대로를 걸어온 동양백화점은 1997년 한국사회를 휩쓴 IMF 외환위기로 인한 급격한 경기침체와 소비 위축 국면에서 타임월드점 건립을 위해 끌어온 1000억대 대출금과 금융비용, 200억 원 넘는 적자에 시달려야 했다. 이때부터 생존을 목표로 감량경영과 외자유치에 나섰지만 결국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유통으로의 인수합병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신용과 의리`의 한화, 약속은 지킨다=2000년 1월 한화유통이 동양백화점을 인수하면서 본점 이름은 `갤러리아 동백점`으로 바뀌었다. 2월 25일엔 `갤러리아 타임월드점`이 공식 개점했다. 오픈 기념식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참석했다. 당시 한화는 동백 퇴출과 한화의 인수가 지역경제에 더 이상 악재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세간의 우려를 의식한듯 지역구매 최대화, 고용창출, 협력업체와 지역발전 도모 등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과 지역경제 발전 기여를 기치로 들었다. 한화가 대전·충남·충북을 연고지로 하는 한화이글스의 모그룹이므로 지역경제를 나몰라라 할 리 없다는 기대감을 적극 끌어안는 것이기도 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을 입점시키며 중부권 최고의 백화점으로 급부상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약속대로 지역사회와 동행을 택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타임월드에서 근무 중인 2511명 중 96%에 달하는 2416명이 지역민으로 채워졌다. 타임월드의 연간 인쇄물 발주량 9억 원의 87%인 8억 원은 대전지역 업체의 몫으로 돌아가고 주차, 청소 등 용역서비스(2억 원)도 지역업체를 활용하고 있다.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기부금에 150%를 추가로 기부하는 타임월드의 매칭그랜트(Matching Grant)제도는 2002년부터 어려운 이웃돕기에 쓰이고 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김영훈 사업장장(상무)은 "향토기업인 동양백화점에서 태동한 갤러리아타임월드는 그간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왔다"며 "앞으로 선보이게 될 많은 변화 역시 지역을 대표하는 백화점으로서 한화의 사회공헌 이념 `함께 멀리`처럼 지역사회와 함께 가는 행복한 동행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 VIP 서비스·브랜드사업 강화 승부수

명실상부 중부권 최고 백화점으로 성장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제2의 명품관`으로 한단계 더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아울렛)와 신세계(사이언스콤플렉스)의 대전 진출이 가시권에 들면서 앞으로 치열하게 전개될 상권 쟁탈전과 업계 새판짜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것이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모든 전략은 혁신을 통해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뛰어오르는 `퀀텀 점프`(Quantum Jump)로 수렴된다. 가장 큰 변화는 백화점 외관이다. 1997년 개점 이후 23년 만에 처음 이뤄지는 외관 리뉴얼 공사는 어반 블룸(Urban Bloom) 즉 `도심 속 꽃`이라는 디자인 콘셉트 아래 건물 외벽에 5700개에 달하는 꽃 모양 모듈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조명 커버와 모듈을 결합한 미디어파사드(Media facade)로 압구정동 명품관과 천안 센터시티 외관과 비슷한 형태다. 이르면 이달중 공사에 들어가 내년 상반기 준공한다는 목표다.

지난 10월엔 백화점 업계 최초로 VIP고객 전용공간인 `메종 갤러리아`가 문을 열었다. 대전 도룡동에 들어선 메종 갤러리아는 백화점을 벗어나 외부 주요 상권에 만들어져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연면적 1024㎡(310평)에 5개 층으로 이뤄져 있으며 명품 브랜드 팝업 및 전시공간, 콘셉트 스토어 등이 자리잡았다. 연간 4000만 원 넘게 구매하는 `파크제이드 화이트` 등급 이상 VIP고객들만 이용할 수 있다.

명품 브랜드 강화도 퀀텀 점프의 하나다. 지난해 루이비통, 구찌 등 명품 브랜드 매장을 전면 리뉴얼했고 최근엔 발렌시아가, 튜더를 신규 오픈했다. 오는 2021년까지 프랑스, 이태리 등 해외 유명 명품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입점시켜 충청권 최고의 명품 브랜드 라인업을 구축할 예정이다. 앞서 8월에는 11년 만의 식품관 리뉴얼 공사를 통해 고급 식재료와 맛집, 고객 미식 경험을 결합한 `컨버전스 푸드 부티크` 기반의 프리미엄 식품관 `고메이494`를 열었다.

김영훈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사업장장(상무)은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고 새로운 식음료 문화를 선보이며 백화점 외부에 라운지를 운영하는 실험 등은 향후 업계의 치열한 경쟁을 대비한다기보다 지역주민과 고객을 더욱 만족시키기 위한 타임월드만의 남다른 노력"이라며 "지역 대표 백화점이라는 가치를 토대로 제2의 명품관으로 도약해 지역사회와 고객들에게 항상 새로운 콘텐츠와 경험을 선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2000년 2월 25일 열린 갤러리아 타임월드점 개점식에서 김승연(왼쪽 아홉번째) 한화그룹 회장을 비롯한 지역 각계 인사들이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제공
2000년 2월 25일 열린 갤러리아 타임월드점 개점식에서 김승연(왼쪽 아홉번째) 한화그룹 회장을 비롯한 지역 각계 인사들이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제공
대전 둔산동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전경
대전 둔산동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전경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