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미 시인
손미 시인
일요일에 대학로에서 문인들을 만났다. 저녁 먹으면서 대전에 가면 뭐가 맛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칼국수도 맛있고, 두루치기도 맛있고, 그 말을 듣고 있던 한 평론가가 말했다. 유퀴즈라고 텔레비전에 대전 나왔는데 보셨어요? 아니요. 거기서 노잼의 도시라고 하던데 정말인가요? 말을 고르는 내게 또 한 사람이 물었다. 대전에는 성심당이 유명하지요? 대전 하면 꿈돌이가 생각나요. 꿈돌이는 잘 있나요? 나의 가족이라도 되는 듯 꿈돌이의 안부를 묻는 사람도 있었다.

이것이 다른 지역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전의 이미지다. 성심당, 노잼, 꿈돌이. 딱히 특징도 없고 딱히 기억할 만한 것도 없는 곳. 얼마 전, 여수에 갔을 때 여수 밤바다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거기서 노래자랑도 하고, 문어 삼합도 먹고, 호텔마다 여행객이 가득하고, 유람선은 눈부시게 바다를 종단하고, 케이블카는 쉼 없이 오르내리고, 끊임없이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 여기는 귀신도 없겠다 싶게 사람이 많았다.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 한 곡이 천만 명이 넘는 인원을 여수로 불러 모았다. 이것이 콘텐츠의 힘이다. 콘텐츠는 굴뚝 없는 산업이라 불릴 만큼 이제 거대한 시장이 됐다. 하드웨어보다는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소프트웨어를 소장하고 그것을 얼마나 대중적으로 퍼트리는 지가 관광의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열쇠가 됐다.

그렇다면 대전의 콘텐츠는 뭐가 있을까. 문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나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봤다. 대전의 콘텐츠는 정말 성심당과 꿈돌이 뿐일까.

지난 10월 17일 대전세종연구원에서 개최했던 대전·세종 정책엑스포에서 서울대학교 김홍중 교수가 했던 발언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대전은 카이스트, 연구단지 등 과학적인 인프라가 많다. 여기에 문화라는 거대한 요소를 융합해 과학과 문화가 뒤섞이는 도시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제안이었고, 그것을 김홍중 교수는 "동맹"이라 표현했다. 문화가 모여드는 장소로는 동구를 지목했다. 나는 그 말에 매우 흥미를 느꼈다.

파리가 세계적인 예술도시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천재 예술가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타지에 있는 예술가들이 모여들 수 있도록, 나아가 세계에서 예술가들이 찾아와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다양한 방면으로 길과 제도를 열어두어야 한다. 테미예술창작촌과 테미오래 등 그 공간을 마련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과 지지는 조금 더 자유로울 필요가 있다. 제약은 오히려 탈이 난다. 예술은 자유에서 태어난다. 그 안에 다양한 맥박이 뛰고 있고 여기에서 탄생한 작품이 대전시의 대표적인 콘텐츠가 될 수도 있다.

눈앞에 보이는 성과내기 때문에 예술가들을 채찍하지 말고 다양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면 전국 아니 세계의 예술가들이 대전으로 모일 것이다. 예술가들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존중하고 안아주는 공간이면 된다. 대전에서 예술을 시작하지만 이름이 나기 시작하면 대전을 떠나는 동료들을 볼 때마다 미래를 뺏기는 것 같다.

대전에는 꿈돌이도 있고 성심당도 있지만 아직 콘텐츠가 되지 않은 다양한 예술가들이 있다. 대전 밤바다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시대가 변하는 만큼, 모두가 고민할 때다.

손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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