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집, 가고 싶은 마을] 이진경 지음/이가서/404쪽/ 2만 2000원

고택은 수백 년 동안 지속된 선조의 삶의 터전이자 모든 것이며,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 조차 사연을 품고 있다.

또 "이 집은 나한테 족쇄여" 외치면서도 서로 하나가 된 듯 닮아있는 이들도 있다. 바로 고택에 살며 조상들의 유업을 지켜내야 했던 후손들이다.

고택에는 조상 대대로 가문에서 내려오는 정신과 함께 유물과 문화재가 있다. 그만큼 숱한 세월을 거치면서도 굳건하게 지켜낸 고유한 정신과 지혜가 담겨있는 곳이다.

전국의 고택과 마을을 탐방하며 보고 들은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흥미롭게 담아낸 책 `오래된 집, 가고 싶은 마을`이 출간됐다. 강릉시 문화유산해설사 출신인 저자 이진경은 (사)한국고택문화재소유자협의회에서 발행한 `문화유산신문`에서 7년간 기자로 일하며 전국의 고택을 탐방하고, 고택 문화재를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해야 하는지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전국에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인 고택을 찾아가서 그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 집만이 간직하고 있는 이야기를 직접 듣고 사진에 담았다. 논산 백일헌 종택, 명재 고택, 홍성 사운 고택 등 오랜 시간 의젓하게 자리잡아온 지역의 터줏대감 고택들도 등장한다.

저자는 2013년 출간한 `한국의 고택 1,2`권에서 들려주었던 고택 이야기와 새로 방문한 고택 이야기를 함께 소개한다. 대쪽같이 꼿꼿한 선비의 기품을 지닌 종손 앞에서는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해 주눅이 들기도 하고, 깊숙한 고방까지 보여주는 종부 앞에서는 할머니 같은 푸근함을 느끼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고색창연한 기왓장 너머에는 조상들이 남겨준 유업을 지켜내야만 했던 힘겨운 삶도 숨겨져 있다. 이제는 변해버린 세상에 사람들은 편리함을 추구하며 대부분 도시로 떠나고 고령의 종손과 종부가 고택을 지키고 있거나 빈집이 되어버린 곳이 많다. 그 자손이 집을 지킨다고 해도 이제는 옛 모습 그대로 생활하기는 어렵다. 집도 그곳에 사는 사람과 함께 변해가야만 하는 게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고택을 지키고 있는 후손들은 고택을 찾아온 저자에게 옛날 같았으면 오르지도 못할 누마루에서 종손으로 살아야만 했던 힘겨운 인생사를 털어놓고, 집안의 제사나 명절이 다가오면 한 달 전부터 음식준비를 해야만 했던 매운 시집살이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강백 한국고택문화재소유자협의회 명예회장은 추천사에서 "고택은 주인이 혼자 사는 집도 아니고, 구경거리 집도 아니다. 고택은 우리 모두 함께 나누고 아껴야 할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라며 "우리 모든 국민이 하나되어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후대에 온전하게 물려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그러면서 "오랜 세월 빗장을 걸어놓았던 고택이 우리 전통문화의 멋을 알리고 어머니 품속 같은 마음의 고향으로 많은 사람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으면 한다"며 "책 `오래된 집, 가고 싶은 마을`을 통해 고택을 지켜온 분들과 이를 바라보는 모두가 서로 공감하며 아끼고 사랑하는 기회가 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전국의 고택을 찾아가기 전에, 건물과 사람을 낱낱이 분석해 소개한 `오래된 집, 가고 싶은 마을`을 만나보자.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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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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