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영웅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우주론의 이론적 발견 공적을 세운 천체물리학자 제임스 피블스 프린스턴대학 석좌교수, 나머지 절반은 다른 항성 주위를 공전하는 외계행성을 발견한 미셀 마요르와 디디에 쿠엘로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1995년 프랑스 남부의 오트-프로방스 천문대에서 태양계의 목성과 비견되는 외계행성인 `페가수스 자리 51b`를 최초로 발견했다.

천문학사에 획을 그은 이 혁명적 발견 이후 은하계에서 4000개가 넘는 외계행성이 발견됐고 앞으로는 훨씬 더 많이 발견될 것이다. 외계행성을 탐사한 케플러우주망원경에 이어 2018년 쏴 올린 차세대 외계행성 탐사선인 TESS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은하에는 4000억여 개의 별이 있고 외계행성은 최소 1조 개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견된 행성은 4000개 이므로 외계행성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네이처 천문학`에 사자자리(Leo)의 외계행성 대기에서 수증기를 관측했다는 논문이 실렸다. 행성의 이름은 K2-18b이다. K2-18은 거리가 110-124광년 떨어진 태양 절반정도 크기의 작은 별이며, b는 그 별의 두 번째 행성이라는 뜻이다. 이 행성은 지구 2배 크기에 8배 정도 무겁지만, 수증기를 발견했다는 얘기는 생명체가 존재할 조건이 갖춰져 있다는 걸 뜻한다. 외계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논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관측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제2의 지구가 될 수 있는 생명현상의 증거가 있는 외계행성을 찾는 것은 현대 천문학계의 가장 큰 화두다. 위에 언급한 TESS 외계행성탐사선 이외에도 허블우주망원경을 잇는 차세대 우주망원경인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 2021년 발사 예정), 유럽 우주국의 아리엘(ARIEL)이라는 외계행성 대기 탐사용 우주 망원경 등을 계획하고 있다. 2028년 발사 예정인 아리엘은 1000개 이상의 외계행성의 대기 구성 성분 및 온도 같은 매우 중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진짜 지구 같은 환경을 지닌 외계 행성을 발견하는 것은 물론 태양계 밖 행성들의 환경에 대한 결정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외계생명체의 존재 유무를 밝혀내는 것은 시간문제라 생각한다. 그 수많은 행성들 중 우리 지구에만 생명이 있다는 주장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오직 생명체의 존재유무를 직접 관측해 확인하는 절차만 남아있을 뿐이다.

한국천문연구원에도 KMTNet 외계행성연구팀이 있다. 연구팀의 최종 목표는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지구형 외계행성을 발견하는 것이다. 직경 1.6m 크기의 거울을 장착한 광시야망원경과 3.4억 화소의 초대형 모자이크 CCD 카메라를 칠레·남아프리카공화국·호주 등 남반구 3개 국가의 관측소에 설치했다. 우리 은하 중심부의 수억 개 별을 24시간 연속 모니터링 관측함으로써 외계행성에 의한 미시중력렌즈 현상을 검출해 많은 외계행성들을 발견하고 있다.

한편 태양을 도는 행성들이 있는 것처럼 큰곰자리의 있는 8 UMi라는 별 주위를 도는 행성 8 UMi b이 최근 발견됐다. 지난 8월부터는 국제천문연맹이 이 외계행성의 이름짓기 행사를 개최했다. 글로벌 프로젝트인 외계행성 이름짓기 프로젝트다. 지난 20일 공모가 마감됐으며 대국민투표 및 심사가 곧 진행될 예정이다. 이 공모전은 국제천문연맹의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전 세계적으로 진행하는 국제 공모전의 일환이다. 국제천문연맹은 100여개 국 1만 3500명 이상의 천문학자 회원으로 구성된 천문학 분야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기구로, 천체의 이름을 지정할 수 있는 공식적인 권한을 지니고 있다. 선정된 이름은 영구적이고 어떠한 제약 없이 과학적인 명칭(8 UMi와 8 UMi b)과 함께 국제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이 행사에 한국천문학회와 한국천문연구원이 함께했고, 우리나라 국민들도 많이 응모했다는 소식이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매우 기대된다.

이영웅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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