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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향토기업의 탈대전 왜 심각한가

2019-10-28기사 편집 2019-10-28 08:2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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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김규식 맥키스컴퍼니 사장
지역에서 오랫동안 기업활동을 하며 고용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기업을 '향토기업'이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향토기업은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튼튼한 뿌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대전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향토기업의 탈(脫)대전이 가속화되고 있어서다. 기업이 성장 전략 차원에서 수도권으로 이전하거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땅값과 각종 혜택을 이유로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수년 전 어렵사리 대전으로 이전한 공기업까지 세종시 이전을 앞두고 있다는 암울한 소식도 들린다. 향토기업의 탈대전은 기업의 전략적 선택일 수 있지만 기형적인 수도권 집중 현상, 지자체 관심 부족, 향토기업을 아끼는 지역 문화 부재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향토기업이 향토성을 유지한 채 장수하기 위해서는 지역민의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역에서 오랜 기간 성장한 향토기업이 지역인재의 유출을 막고 지역내 소비 촉진 등 지역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흔히 지역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을 나타내는 척도로 지방신문 구독률이 인용되곤 한다. 한국ABC협회 유료판매 부수 현황에 따르면 대전에서 발행하는 전체 지역일간지의 합계가 부산일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매일신문(대구), 국제신문(부산) 1개사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광주·전남, 강원보다 지역 일간신문 구독률이 낮다. 지금처럼 지역 언론의 침체, 지역 간 경제 불균형이 심화한다면 지방분권도 허울 좋은 메아리에 불과할 것이다. 미국 지방 소재 기업 가운데 세계적 규모의 기업이 적지 않고 수도권 집중이 우리 못지않은 일본의 지방에서조차 견실한 향토기업을 발견하기가 어렵지 않다. 우리나라 지방 중추도시들에서 장수하는 향토기업이 왜 줄어들고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과거 강원 원주의 '삼양식품 살리기 운동'은 시사하는 바 크다. 원주시민들은 그룹사 공장 가운데 60% 이상이 원주에 몰려 있는 삼양식품을 향토기업으로 여긴다. IMF 외환위기로 파산 위기에 몰린 삼양식품을 살린 것은 전적으로 원주시민들의 힘이었다. 공장의 단전 위기를 지역사회의 힘으로 막아냈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구매 운동이 전개됐다. 원주시는 각종 세금과 공과금 부과를 유예했다. 교육청은 관내 학교 급식에 삼양식품 우유를 급식으로 제공했다. 원주 군부대들도 삼양식품 라면과 우유만 군납으로 사용했다. 삼양식품은 기업이 성장하면서 생산설비를 늘리고 지역 고용률을 확대해 왔으며 매년 막대한 금액을 지역에 환원하고 있다. 장수기업으로 성장하는 향토기업이 증가할수록 지역경제 기반이 튼튼해지고 지역사회의 지속성장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불문가지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향토기업을 발굴·육성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에서 향토기업을 아끼는 도시문화가 정착되고 향토기업을 활용한 도시마케팅을 강화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 지역민이 향토기업의 후원자를 자처함에도 불구하고 지역을 떠나는 기업은 있을 수 없다.

김규식 맥키스컴퍼니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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