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우리를 삶으로 이끈다] 강우성 지음/ 문학동네/ 440쪽/ 1만 7000원

불안은 우리를 삶으로 이끈다
불안은 우리를 삶으로 이끈다
유교문화와 가부장제의 도덕 규범이 강해 욕망의 문제에 유난히 보수적 문화를 가진 우리 사회에서도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익숙한 이름이다.

무의식, 욕망, 억압 등 프로이트가 만들어낸 정신분석 개념들은 오늘날 일상적으로 쓰이는 말이 됐다. 그러나 익숙함과 이해는 다르다.

프로이트의 전기와 저작은 우리말 번역본이 출간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최근엔 프로이트보다 그를 비판적으로 계승한 프랑스 철학자 자크 라캉의 정신분석이 더 인기를 끌고있다.

프로이트는 주로 의학 담론이나 성 담론(sexual discourse)으로 간주됐기에 그의 사상적 측면을 평가하려는 노력도 충분치 못했다. 프로이트 이론을 주로 성의 문제와 결부시키는 사유 자체를 전부 잘못이라고 판단하기도 힘들다.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 이론에 이른바 범성론(汎性論)으로 비판받아 마땅한 구석이 없지 않고 프로이트도 모든 것을 성의 문제로 환원하진 않지만 성 개념 없이 프로이트를 논하는 것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정신분석의 근본 취지는 성 개념으로 모든 증상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개인의 성 발달 과정이 보이는 불안정성으로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 도달하려는 노력이다. 다시 말해 정신분석은 인간이 왜 고통을 필요로 하는 가에 대한 해명이다. 우리는 어느 순간 신경증자가 돼야 더 나은 삶을 희구할 수 있고 정신증가가 돼야만 더 나은 삶을 욕망할 수 있다.

이 책은 프로이트 이론의 맥락으로 돌아가 그의 정신분석적 사유가 어떤 구조를 갖고 있으며 성을 비롯한 개념들이 어떤 위상을 차지하는 지 이해하고자 한다.

그러면서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담론 자체를 해체하려는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저자가 이 책의 화두로 삼은 주제는 `인간은 왜 고통을 원하는가`라는 물음이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의 핵심 저서 `쾌 원리의 너머`(1920)에서 `쾌 원리`와 `죽음 충동` 개념으로 인간이 죽음을 향한 쾌를 지향하기보다, 인간은 왜 고통을 자발적으로 감내하는 방식으로 삶을 추구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서울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해체론과 비평이론을 연구해왔다. 수년에 걸쳐 `문학과 정신분석` 강의를 했고 프로이트 이론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해체적으로 독해했다.

저자는 프로이트 이론의 맥락으로 돌아가 프로이트 저작을 프로이트 방식으로 읽어낸다. 그 다음 데리다, 들뢰즈, 라캉 같은 현대 철학을 경유해 프로이트 이론의 공백과 틈을 발견하고 거기서 프로이트 자신이 회피하고 불완전하게 봉합해둔 지점들까지 들여다본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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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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