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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어떻게 현대회화 중심이 됐나

2019-10-23 기사
편집 2019-10-23 17:07:26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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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의 이단자들] 마틴 게이퍼드 지음/을유문화사/464쪽/ 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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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나 이단자들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세상을 변화시켰다. 책 '현대 미술의 이단지들'의 이단자들 역시 그러했다.

2018년 영국의 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이 생존 작가 작품 중 최고가에 낙찰됐다. 앞서 2013년 11월에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은 기나긴 입찰 경쟁 끝에 경매 사상 최고가인 1억 4240만 달러(1734억 1472만 원)에 낙찰됐다. 이러한 현상은 베이컨과 프로이트가 처음 만난 1940년대 중반은 물론, 이 작품이 그려진 당시에도 상상하지 못할 일이었다. 호크니는 '인간은 카메라처럼 기하학적 또는 기계적인 방식으로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심리적으로' 본다. 대상에 대한 객관적 시각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영국 미술가와 그들의 작품이 높이 평가되고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영국의 저명한 미술평론가인 저자는 영국 화가들을 만나 꾸준히 인터뷰 했다.

런던이 파리, 뉴욕과 더불어 세계 예술의 중심지였던 시기가 있었다. 이 책은 그 시기를 포함한 1940년대부터 1970년대 초까지 이루어진 영국 회화의 발전과 흐름을 세계 미술계에 큰 영향력을 끼친 화가들을 중심으로 풀어낸다.

미술 평론가 마틴 게이퍼드는 당시의 변화를 목격하고 그 변화에 직접 참여했던 주요 인물들과의 방대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들의 삶이 연결된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서 회화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보여 준다.

이 시기의 화가들은 사진과 같이 풍경이나 인물을 재현하는 그림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고, 새로운 물결이자 대세였던 추상화와 전통 회화인 구상화의 경계에서 자신의 방향을 정해야 했다. 그 속에서 그들은 변화하고 서로 영향을 주며 자신의 색을 찾아 갔다. 그렇게 그들은 "회화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그림만이 담을 수 있는 새로운 회화 세계를 창조해 냈다.

저자는 런던 소호의 보헤미안 지역을 배경으로 여러 일화와 작품 이야기들을 적절히 배치해 이야기를 풀어 간다. 이 책이 다루는 시기는 정치적·문화적인 측면에서 영국사의 전환기였고, 작품 활동을 하는 데 있어 매력적인 시기였다. 그리고 '지금의 현대 미술'의 바탕이 된 시기라 볼 수 있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시기의 런던은 많은 미술가가 모여드는 예술계의 중심지였고, 런던의 화가들 또한 다른 예술 중심지였던 뉴욕·파리 미술계에 관심을 가지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시기 주류 현대 미술의 전반적인 동향을 알 수 있다. 또한 미술과 다른 분야가 서로 주고받은 영향 등 문화계 전반의 흐름을 볼 수 있다.

현재 가장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화가, 호크니의 말처럼 인간은 그림에 대한 깊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림은 우리가 주변 세계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그 방식은 하나에 머물지 않고 쪼개져 나뉜다.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도, 그림을 보고 느끼는 방식도 동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은 어쩌면 자신의 방식을 구체화하는 과정일지 모른다. 호크니는 추상표현주의로 시작한 뒤 다양한 표현 양식을 작품에 적용했다. 처음에 그는 단어의 형태로 그림에 개인적인 요소를 추가했고 그 뒤로 인물과 오브제, 풍경을 더해 나갔다. 그 결과 자연주의적인 경향이 꾸준히 확대되었다. 그는 가능한 거의 모든 매체와 양식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 왔다. 덕분에 그의 작품 세계는 누구보다 넓다. 호크니는 양식을 바꾸는 이유에 대해 이전에 했던 작품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어서라고 말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양식으로 그림을 그려 온 그는 모든 규칙을 무너뜨리고 있다.

전통적인 규칙을 무너뜨린 회화 하면 추상화가 떠오를 것이다. 추상화가 대세가 되면서 추상화만이 미래의 답처럼 생각되던 시절이 있었다. 추상화는 무언가를 표현했는지 알 것 같은 추상화(실재하는 무언가로부터 추상화시킨 추상화)와 무엇을 그린 건지 전혀 알 수 없는 추상화로 나뉘는데, 질리언 에이리스는 그린 대상을 알 수 없는 추상화를 그렸다. 그녀의 작업 방식을 살펴보면 "페인트와 맥주를 전부 그림 그릴 벽면 전체를 향해 던지"고 조정, 추가, 삭제했다.

이 외에도 연기자, 화가, 사회평론가를 결합한 여태껏 존재하지 않던 전혀 새로운 예술가가 될 수 있었지만 스물여덟 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폴린 보티, 예술가에게 작품의 저작권을 부여하는 법안이 '브리짓 법안'이라 불렸을 정도로 다양한 분야와 매체에서 작품을 도용당한 브리짓 라일리, 예술에 언어적인 논평을 부여하고자 했던 R. B. 키타이 등 개성 있는 예술가들을 소개했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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