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에게는 데뷔 기회 vs '공짜 섭외 가능'이미지 굳어 노동착취 우려

시립박물관에서 열린 대전음악제 장면. 사진=대전시립박물관 제공
시립박물관에서 열린 대전음악제 장면. 사진=대전시립박물관 제공
2000년대 기부문화의 새로운 개념으로 등장한 `재능기부`식 공연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신진 예술가에게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시민들의 문화향유권을 확대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기부를 명목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노동착취`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전의 대표적인 재능기부 축제인 `대전음악제`가 각종 부작용으로 인해 존폐위기에 놓였다.

대전음악제는 시립박물관과 한국음악협회 대전시지회, 순수예술기획 공동주최로 5년째 열리고 있다. 클래식, 성악, 타악, 국악, 퓨전음악, 보컬밴드 등 신진 단체를 다수 발굴하고 시민들의 문화향유권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재능기부식 공연의 한계점에 부딪히면서 내년부터는 상설공연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음악인들도 재능기부식 공연에 대한 회의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역 음악계 한 인사는 "재능기부 공연을 한 번 하고나면 다른 공연에도 출연료 없이 와줄 수 있겠냐는 연락을 수없이 받는다"며 "좋은 취지로 무대에 선 예술가가 평가 절하되거나 관람객들에게 공연은 `돈내고 보면 손해`라는 인식을 퍼뜨리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라도, 좋은 취지가 증명된 축제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상철 대전음악제 예술 총감독은 "국내 1500여 개 축제의 대부분이 보조금이나 국가기금에 의지하고 있지만, 대전음악제는 기금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철학을 가지고 도전한 결과 대전 음악인들의 자부심을 키운 성공적인 사례로 자리 잡았다"며 "그러나 좋은 취지에 공감해 매주 토요일마다 개인 시간을 할애하고 사비를 들여가며 일한 출연진과 주최측은 허무감을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축제의 좋은 취지에 공감한다면, 이를 수익이나 정치적인 측면으로 바라보지 않고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면서 "출연진에게 리플릿 제작비, 소정의 출연료라도 지급해 예우할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의 지원이 있다면 대전 정체성을 지키는 문화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열리는 대전음악제는 지난 3월 신춘음악회를 시작으로 12월 14일 송년음악회까지 매주 1회씩 모두 34 회 공연일정으로 한다. 공연은 매주 토요일 오후 3시에 열린다.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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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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