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노라 마리 엘러마이어 지음/ 장혜경 옮김/ 갈매나무/ 232쪽/ 1만 4000원

나는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나는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성공한 연예인이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을 겪었다며 방송에 나와 자신의 고충을 이야기한다. 번아웃 증후군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이다. 뉴스에서는 많은 직장인과 취업 준비생들이 번아웃을 겪고 고통스러워한다고 보도한다. 하지만 주변에서 자신의 증세를 터놓고 이야기하는 경우는 많이 찾아볼 수 없다. 자신의 능력이 모두 소진된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번아웃은 그나마 낫다. 이전에는 매우 적극적이고 유능했다는 이미지를 풍기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우울증은 보다 어두운 인상을 풍길 수 있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충격과 불안을 일으킨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상태를 숨길 뿐 아니라 자신이 실제로 번아웃이나 우울증에 걸린 상황을 겪고 있음에도 알아채지 못하거나 애써 이를 부정하려고 한다.

독일의 공인 심리학자이며 심리치료사인 저자는 직접 번아웃과 우울증을 겪은 환자로서 체험 뿐만 아니라 심리치료사로서 쌓아온 풍부한 임상 경험과 전문 지식을 이 책에 담담하고도 생생하게 풀어놓는다.

저자는 우울증에 걸렸을 때 "지금껏 나라는 인간의 버팀목이라 믿었던 모든 것들이 사정없이 뒤흔들렸다"라며 "단단하다고 믿었던 모든 것들이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고 술회했다.

저자는 갑자기 무기력과 절망의 상태가 들이닥칠 것이라고는 평생 한 번도 예상치 못했다고 했다.

결혼한 후 네 명의 자녀를 둔 워킹맘으로 열정적인 삶을 살던 저자는 어느 날 아버지의 말기암 선고를 듣게 된 저자는 심리적으로 큰 변화를 맞이한다. 번아웃이 찾아온 것이다. 급작스레 찾아온 번아웃은 급성우울증으로 심화된다. 며칠 동안 한 시간도 자지 못한 채 밤을 지새우는가 하면 아침부터 불안에 떨며 엉엉 울곤 하는 절망적은 생활이 계속됐다.

이 책은 자신에게 갑작스레 찾아온 번아웃과 우울증을 겪으며 써내려간 내면 일기이자, 전문가로서 독자들이 번아웃과 우울증에 대해 바로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이드북이다.

저자는 절망의 시간을 겪어내고, 마침내 번아웃과 우울증을 자기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삶의 새로운 의미를 되찾아가는 지난 3년 여의 여정을 3개의 장으로 나누어 담담하고 솔직하게 들려준다.

심각한 증상과 신체적·정신적 변화를 가감 없이 담아낸 저자의 글을 읽으며, 독자는 편견 없는 시선으로 번아웃과 우울증을 대하고, 나아가 타인에게 번아웃과 우울증이라고 낙인을 찍는 것을 경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인생의 한가운데서 번아웃이나 우울증을 만난 독자들은 저자의 글을 통해 공감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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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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