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육상 대전센텀병원 원장
권육상 대전센텀병원 원장
독자 여러분들 주변에 아주 가까이 지내는 친구를 일컬어 `막역하다`라고 표현을 한다. 막역지우는 없을 막(莫) 거스를 역(逆) 갈 지(之) 벗 우(友)다.

직역하면 거스름이 없는 친구라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한데, 이는 장자(莊子)의 내편(內篇) 대종사(大宗師)편에 나와 있는 말이다.

자사(子祀), 자여(子與), 자려(子려), 자래(子來) 등 네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데, `누가 능히 없는 것으로서 머리를 삼고, 삶으로 척추를 삼고, 죽음으로서 엉덩이를 삼겠는가. 누가 생사존망(生死存亡)이 일체임을 알고 있겠는가. 내 이런 사람들과 벗이 되리.`

네 사람이 서로를 보고 웃으며 마음에 거슬리는 게 없어 마침내 서로 벗이 됐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 말에서 `거스름이 없다`란 뜻에는 아마도 아주 가깝고, 뜻이 잘 맞아 어울리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필자는 가깝다는 말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가깝다는 표현을 쓸 때에는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서로 믿을 만 한 사이라는 심리적 거리감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는 공간적 개념의 거리감이 가장 흔히 쓰이는 말 일 것이다. 이외에도 시간적인 개념에서의 거리감도 내포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인간관계에서 가깝다는 거리감의 정도는 어느 정도나 될까. 이것을 측정하는 공인된 방법이 있을까.

아마도 인간관계에서의 거리감은 서로 심리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아주 주관적인 느낌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항상 가깝게 유지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까. 아마 어느 누구도 모든 인간관계를 가까운 거리감에서 형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관계, 친구관계, 직장 동료와의 관계, 업무상 만나는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관계, 그리고 수 없이 마주치는 인스턴트적인 관계 까지. 모든 관계에서의 거리감은 상황마다 달라질 것이다.

각자 개인의 성향에 따라 상대방을 대하는 거리감의 존재가 달라 질 수도 있다. 개인적 성향에 따라 성취도가 달라지기도 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 자신의 거리감은 심리적으로 상대방도 금방 인식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는 거리감의 조절 방식은 존재하는 것일까.

여기에 바로 거리감의 비밀이 숨어 있다. 심리적인 거리감의 조절에 공간적 거리감을 적용한다면 인간관계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만일 아무도 없는 새벽시간, 지하철에 나 혼자 앉아있을 때 다음 정거장에서 탄 다른 사람이 내 앞에 바로 서있거나, 바로 옆자리에 앉으면 많이 불편할 것이다.

왜일까. 나의 심리적 안락함은 personal space(개인 공간)를 사수하는 데서 출발 하기 때문이다. 또 나의 개인적 안전 공간을 얻기 위한 행동은 거의 본능에 가까운 것이어서 누군가 나의 영역에 침범해 온다면 피신하거나 맞서 싸워서 나의 공간을 사수하게 될 것이다.

공간에 대한 또 다른 현실도 존재한다. 수년 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광풍이 우리나라를 휩쓸고 간 이후, 모든 병원은 병상간격을 1.5m로 유지해야 했다.

사람 사이의 질병 전파는 1.5m 를 벗어나야 안전해 진다고 믿게 된 것이다. 최근 충청도 서쪽에서 다발한 A형 간염의 경우 질병의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병원에서 `무조건 격리`라는 극단적 처방을 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무언가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면 기꺼이 나의 시간과 상대방과의 가까운 공간적 공유감을 창출해야 한다. 필요할 경우 나의 개인적 공간도 공유하는 투자를 해야 한다.

하지만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부담을 줄 수 있다. 또 너무 멀리서 이야기 한다면 성의가 없어 보일 수 있으므로 적당한 공간적 거리감을 창출하는 것은 비즈니스의 중요한 공식이다.

현대 사회는 시간·공간·심리적 거리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관계하는 사람 모두가 `막역지우`가 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과연 어느 정도의 심리적, 공간적 거리감을 유지하느냐가 또 다른 성공의 비결이 된다는 것을 독자들도 공감하길 바란다.

권육상 대전센텀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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