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훈 변호사(법무법인 민율)
신재훈 변호사(법무법인 민율)
영화 `살인의 추억`의 배경이 된 이른바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최근 특정되면서 범인에 대한 처벌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1991년 4월 3일에 10차 사건을 마지막으로 보고 있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의 공소시효는 15년이었고, 2006년 4월 2일 공소시효가 만료되었기 때문이다. 공소시효는 형사소송법 제249조에서 규정하는 것으로, 어떤 범죄에 대하여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더 이상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정한 것을 말한다. 과거 형사소송법은 살인죄의 경우 공소시효를 15년으로 정하고 있었으나, 지난 2015년 살인으로 사형에 해당되는 범죄의 경우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것으로 개정된 바 있다. 그러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경우 이러한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 이전에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됨에 따라 개정 형사소송법의 적용에서 배제되었다. 즉 2006년에 공소시효가 만료되어 범인을 잡는다 해도 더 이상 처벌이 어렵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공소시효의 의의와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공소시효 제도 자체는 사법 효율적인 측면에서 장기 미제사건의 경우 더 이상의 새로운 증거 발견이 어렵고, 이러한 사건에 수사기관이 계속 매달리는 것은 경제적이지 못하다는 이유에서 출발하였다. 또한 형사사법제도의 목적이 오로지 범인을 적발해 처벌하는 것에 있지 않으며, 범인이 장기간 도피하여 형사처벌에 버금가는 고통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DNA 분석 등 과학수사 기술 발전으로 범죄 후 장시간이 경과하였더라도 새로운 증거 발견을 통한 범인 검거 가능성이 높아졌고, 반인륜적인 흉악범죄가 증가함에 따라 이에 대하여 엄정한 처벌을 바라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공소시효 폐지 또는 연장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 우리 형사소송법도 2007년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하여 공소시효가 25년으로 연장된 바 있으며, 2015년에는 `살인으로 사형에 해당되는 범죄`의 경우 공소시효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개정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 정비에도 불구하고, 이번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같은 과거의 장기미제사건의 경우 용의자가 특정되었음에도 여전히 그에 대한 처벌이 불가능함에 따라, 특별법 제정을 통한 처벌도 촉구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발의한 `화성연쇄살인사건 공소시효 폐지 특별법`이 그것이다.

과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처벌을 위해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 공소시효를 극복한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로 처벌되며 범죄행위 이후에 새로 법을 만들어서 처벌해서는 안된다는 `형벌 불소급 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라는 논란을 피해갈 수 없었다.

이번 `화성연쇄살인사건`의 경우 역시 법률적인 측면에서 특별법을 제정하는 외에는 처벌의 근거가 없을 것으로 보이나, 특별법을 만들 경우 형벌 불소급의 원칙 위반으로 인한 위헌 가능성과,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된 다른 미제 연쇄살인사건들과의 형평성 문제 등의 지적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우리 형사소송법 공소시효의 연장·폐지 등 개정 연혁을 통해 확인하였듯, 공소시효 제도는 수사기법의 발전에 따른 범인 검거가능성 증대와 강력범죄자에 대한 적극적인 처벌을 원하는 국민 법감정 등 사회변화를 반영하여 변천할 수 있는 입법 재량에 속하는 영역이다. 특히 이번 `화성연쇄살인사건`은 33년 만에 과거 현장 증거물의 DNA 채취 및 분석을 통하여 용의자를 특정한 것으로, 향후 다른 미제사건들에 대한 추가적인 해결 또한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데 범인 검거에도 불구하고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처벌할 수 없는 경우가 반복된다면 이는 그 자체로 형사사법제도의 불비라 할 것이며, 건전한 국민 법감정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과라 할 것이다.

독일·일본·미국 등 다른 나라의 경우 살인범죄에 대하여 공소시효가 애초에 적용되지 않았거나 폐지되고 있는 것을 참조하여, 우리나라 역시 흉악범죄의 경우 세월의 경과에도 불구하고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할 수 있도록 국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대응 법률의 입법이 촉구되어야 할 것이다. 신재훈 변호사(법무법인 민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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