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현 대전시 보건환경연구원장
전재현 대전시 보건환경연구원장
오래전 GE(General Electric)의 전 회장 잭 웰치(Jack Welch)를 인터뷰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인사관리에 있어서 잭 웰치 회장의 철학 또는 기준을 묻는 내용이었다. 그에 따르면 조직에는 4가지 유형의 간부 또는 인재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성과도 뛰어나고 조직의 문화·가치도 공유하는 인재, 두 번째는 성과는 뛰어난데 조직의 문화·가치와 맞지 않는 이를테면 독불장군 형 인재, 세 번째는 성과는 미흡하지만 조직의 문화·가치를 공유하는 인재, 네 번째는 성과와 가치공유 모두 미흡한 인재이다.

첫 번째 인재는 승진 시키고, 네 번째 인재는 퇴출시키면 된다. 문제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인재이다. 잭 웰치는 말하기를 세 번째 인재에게는 기회를 한 번 더 준다고 한다. 업무를 바꾸거나 교육을 시키는 등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인재는 안타깝지만 조직에서 내보낸다고 한다.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직의 에너지를 갉아 먹어 결코 이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생각했다. `역시 탁월한 통찰이야. 위대한 기업을 이끈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리더의 유형에 대한 다른 이야기로 흔히 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똑똑하고 게으른 일명 똑·게 형 상사, 똑똑하고 부지런한 똑·부 형 상사, 멍청하고 게으른 멍·게 형 상사, 멍청하고 부지런한 멍·부 형 상사. 첫 번째 유형은 상사가 똑똑하여 중요한 일들은 챙기지만 작은 일들은 부하 직원에게 위임하여 본인도 편하고 직원도 만족하는 유형이다. 그래서 네 유형 중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고 으뜸으로 치는 것 같다. 두 번째 유형인 똑·부 형 상사는 부하직원의 입장에서 보면 어쩐지 부담스럽고 편하지 않아 은근히 피하고 싶은 유형이다. 직원의 입장에서 멍·부 형 상사는 최악이다. 능력도 없으면서 부지런까지 하면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차라리 능력이 없으면 게으른 상사가 훨씬 고마운 일이다. 필자는 생각했다. `역시 훌륭한 상사는 아무 일 하지 않는 듯하면서도 조직이 잘 돌아가게 하는 사람이야`

한편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덕장(德將), 지장(知將) 그리고 용장(勇將)으로 리더의 유형을 나누어 왔다. 자비와 어진 덕으로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덕장, 탁월한 지략과 판단력으로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지장, 용맹과 솔선수범으로 고난을 돌파하는 용장. 덕장하면 삼국지의 유비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동양에서는 역시 덕장을 최고로 치는 것 같다. 필자도 삼국지를 읽으면서 덕장의 화신 유비가 삼국통일을 이루지지 못한 것에 대해 내내 아쉬워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고정관념에 대해 불편해하고 의심해보는 필자의 습관에 의해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생각이 항상 옳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장기적으로 독불장군 형 또는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지만, 조직이 급박한 위기에 처해 있거나 중대한 과제를 단기간에 해결해야 한다면 오히려 이러한 리더십이 필요하지 않을까? 직원의 역량이 뛰어나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렇지 못한 데도 불구하고 `똑똑하고 게으른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조직은 언제 암초에 걸려 좌초될지 모를 일이다. 직원의 역량이 미치지 못한다면 리더는 부지런히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직접 지도하면서 이끌어 나가야 한다. 즉 리더는 직원의 역량, 주변 여건 그리고 과제의 난이도 등에 따라 리더십도 달리해야 조직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가장 존경하는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실은 고정관념과 다름을 알 수 있다. 통상 이순신 장군은 부하 병사와 백성의 고통을 어루만지며 인자하게 보살피는 덕장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임란 직전 임지에 부임하자마자 군령을 세우기 위해 부하 병사의 목을 베는 참수를 마다하지 않았고, 혹독한 훈련을 실시하여 많은 원성을 샀다. 함포전술, 명량해전, 거북선 등 전투에서 보인 그의 창의적 전법과 지략은 인류 해전사상 최초의 일들로 지장의 모습으로 부족하지 않다. 또한 전투의 최전선에 앞장서 싸우다 전사하신 모습은 용장 그 자체이다.

덕장 또는 똑·게 형 상사가 항상 최고의 리더는 아니다. 덕장 유비가 난세를 통일하지 못 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때로는 용장이, 지장이,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가 조직을 구하는 최고의 리더일 수 있다. 훌륭한 리더십은 그 때 그 때 달라야 하지 않을까.

전재현 대전시 보건환경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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