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장
박미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장
얼마 전 지인이 SNS에 `어린 아들이 떼를 쓰며 울어서 때렸는데, 마음이 아프고 결국 아들에게 지고 말았다`는 글을 남겼다. 그분이 자녀를 사랑하는 분임을 알기에 필자는 장문의 댓글을 통해 체벌은 올바른 훈육법이 아니기에 부모교육을 받아보길 권한 적이 있고, 체벌의 찬반양론이 팽팽했던 기억이 있다.

"나는 자녀들을 사랑해서 조금 과도하게 훈육하였을 뿐이다" 2013년 칠곡 계모사건 학대 가해자가 법정에서 한 변론 중 일부이다. 훈육과 학대는 경계가 불분명하여 훈육을 위한 적당한 체벌의 범위에 대해서도 각자 생각이 다르다. 과연 어디까지가 훈육인 `사랑의 매`이고, 어디부터가 `폭력이며, 아동학대 일까?` 또 `꼭 훈육에 체벌이 동반되어야 할까?` 라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지난 5월 23일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며, 민법 제915조에 규정된 친권자의 `징계권`의 범위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등 한계를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발표한 바 있고, 민법 제 915조(징계권)은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 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1958년 만들어진 이후 한 번도 개정이 없었던 민법 제915조(징계권)는 자녀를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체벌로 자녀를 훈육할 수 있다는 근거로 사용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정부정책 발표 다음날 CBS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실시한 `부모의 자녀 체벌금지 내용을 포함하는 민법 개정 여론조사`에서 개정 찬성 44.3%, 반대 47%로 아주 긴장감이 느껴질 정도로 찬반여론이 팽팽하게 나타나기도 하는 등 우리 국민들은 아동의 권리보다 자녀는 내 소유물이고 양육을 위해선 `사랑의 매`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아직도 많음을 알 수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표한 `2018 아동학대 주요통계`를 보면 2018년 아동학대 신고건수 중 아동학대 의심사례는 3만3532건이며, 이중 아동학대사례는 2만4604건(73.4%)이었고, 학대행위자와 피해아동의 관계를 보면 아동학대사례 2만4604건 중 부모가 18,919건(76.9%), 친인척(조부모, 외주부모, 친인척, 형제자매)이 1,114건(4.5%)으로 전체 아동학대사례 중 2만33건(81.4%)이 학대행위자가 가족인 것으로 나타났고, 학대로 인한 사망자역시 30명 중 26명(86.7%)이 부모나 친인척에 의해 사망하였다. 어쩌면 학대의심사례 3만3532명은 그 어떤 전염병보다 내 부모가 가장 무섭고 두려운 존재이며, 내 집이 가장 안전하지 못한 장소일 것임에도 훈육(訓育)이라는 미명(美名)하에 행해지는 체벌(體罰)이 우리 사회에서는 이해되고 용서되어 학대피해 아동들은 다시 원 가정으로 돌아가 가해 가족들 속에서 스스로 자신을 탓하며 좌절하고, 분노와 상처를 마음에 안고 살아갈 것이다. 징계권 제정 이후 58년 동안 국민총생산(GDP) 세계 12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한민국의 경제는 성장했고, 현대의 우리 아동들은 많은 정보를 쉽게 접하고, 아동 권리지수 역시 높아지는 상황에서 우리의 부모들은 아직도 체벌의 찬반을 논하고 있다. 소파 방정환 선생님은 1923년 5월 1일 어린이날 기념행사에서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보드럽게 하여 주시오`라며, 어린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해 줄 것을 당부하셨다. 방정환 선생님의 뜻처럼 자녀를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보며, 자녀를 지도·감독하는 존재가 아닌 자녀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책임지는 사람이 부모이기에 아동들의 성장주기별 특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적절한 부모교육을 받아 "사랑해서 때린다"가 아니라 "사랑하기에 때려서는 안된다"고 말할 줄 아는 57번째 체벌금지 국가가 대한민국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박미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