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내 수고로운 땀의 결실을 거두는 수확의 계절이다. 태풍 링링으로 마음을 조려야 했던 농업인들은 수확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농협이 사들이게 될 올해 쌀값에 관심이 크다. 정부가 5년 단위로 쌀값의 목표치를 결정해 소득을 보전하게 되는 쌀 목표가격은 20만 6000원∼22만 6000원/80kg의 구간을 설정해 놓고 있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농업인들에게 쌀 소득을 직 간접으로 보전해 주는 쌀 목표가격 결정이 그만큼 중요한 점도 여기에 있다.

정부가 다수계 품종의 재배를 줄이고 논 타물 재배를 유도하고 심지어 휴경까지 검토하며 벼 재배 면적과 단위당 생산량을 줄이려는 이유도 안정적인 식량수급 조절을 통한 농업인들의 적정한 소득이 보장되도록 하는 자구책이다. 하지만 실제 재배면적의 감소에 따른 생산량 감소 이상의 쌀 소비는 상대적으로 줄어 과잉 쌀 생산에 따른 모처럼 회복 된 쌀값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여 정부의 공공비축 수매 및 별도의 시장 격리 등 물리적 방법의 동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필자는 세종시농협 통합RPC(Rice Processing Complex) 대표로 취임한지 1년을 맞았다. 쌀 산업과 유통에 관해서는 말 그대로 초보경영자에 불과하다. 수십 년 쌀 산업 유통의 전기를 마련하고 쌀 산업을 이끌어온 노하우를 가진 유통 전문가들께 감히 현장에서 느끼는 올해 쌀 산업의 전망에 대해 논하기에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쌀 산업을 담당하는 한 사람으로서 현장에서 느끼는 농업 농촌의 생산 환경과 유통 환경에 관해 전국 RPC 경영자들이 쌀 산업을 체감하는 온도의 차는 없을 것이다.

우선 올해 수확기 쌀값을 지난해 수준처럼 안정적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녹녹치 않은 점이다. 2017년 산보다 2018년에 사들인 원료 벼 값은 직전 년도보다 최소 27% 이상 더 오른 가격에 원료 벼를 매입했지만 올해 시장의 쌀값은 지난해 시장 쌀값보다 높지 않았다. 오히려 수확기에 접어들수록 점점 가격이 내렸다. 쌀 소비 둔화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가격만큼 쌀값이 유지 되리라는 전국의 RPC와 비RPC들이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일 이후까지 사들인 원료벼를 쌀 소비 둔화로 방출하지 못하고 5월까지 수급조절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판매부진과 재고가 누적되면서 여름철비수기에 접어들었고, 수확기를 앞둔 시점에서 방출을 서두를 수밖에 없게 놓인 점이다. 또 뼈아픈 점은 지난해 예외 없던 수확기 정부의 5만 톤 공매곡 방출이 올해 쌀 값 지지의 발목을 잡은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전국의 RPC와 비RPC가 처해 있는 경영여건은 불 보듯 어려운 실정이다. 남은 구곡 재고에도 수확기 신곡을 제한 수매 없이 농가의 희망량을 사들여야 한다. 식량산업인 쌀은 식량 이외에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것도 한정적이다. 쌀 목표가격의 조기 확정과 직 간접적인 보전차원의 고정·변동 직불금의 현행 유지는 필요하다. 흉년이나 기근에 대비한 생산과잉 재고에 대하여는 공공비축의 양을 늘리거나 시장 격리 등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검토가 필요하다.

쌀 산업은 모든 산업의 뿌리이자 기초산업이며 생명산업이다. 식량수급의 안정을 위해서는 정부는 고품질쌀 육성 및 활성화 사업을 확대하고 시설이 현대화 될 수 있도록 정부의 재정을 대폭 늘려줘야 한다.

필자는 고품질 쌀 유통 활성화사업 매진을 위해 세종시 식량산업 종합 5개년 계획에 참여해 그동안 취약했던 숙원사업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고품질 쌀 생산을 위한 농가 계약재배를 유도하고 혼곡 방지를 위한 벼 품종을 삼광벼 단일 품종으로 선정해 싱싱세종의 브랜드 가치와 명성을 찾기 위해 뛰고 있다. 자연재해에 대비한 계약재배 전농가에게 벼 농작물 재해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자부담금을 전액 지원하고, 세종시 전역의 지역 농협들이 동시 병충해 공동방제에 발맞춰 벼 도복 피해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규산질 액비의 도복방지제를 일괄 공급해 살포할 수 있게 함으로서 태풍 링링을 무사히 넘겼다.

수확기 농업의 근심 걱정이 없도록 최대한 벼 값 결정에 관한 절충점을 찾아서 세종시 농업인들께 희망을 드리겠다는 다짐이다. 쌀 산업 육성 발전을 위한 노력은 농가와 농협과 지자체가 상호 이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전력을 다해 나아갈 때 식량산업 발전이 가능하다.

박종설 세종시농협쌀조합 공동사업법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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